兪, 오피스텔 잠그고 저항… 2시간 가까이 대치

입력 2014-07-26 04:41
유대균씨와 조력자 박수경씨가 은신해 있던 경기도 용인의 오피스텔 출입문 앞에서 경찰관들이 현장 보존 작업을 하고 있다. 이 오피스텔은 대균씨 수행원 하모씨의 여동생 소유로 돼 있다. 연합뉴스

숨진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장남 대균(44)씨가 25일 검거되면서 검·경의 수사는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대균씨는 아버지의 사망을 모르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4월 하순 도피 직후부터 은신처인 오피스텔에서 TV도 없이 숨어 지낸 터라 검거된 뒤 경찰에게 듣고서야 알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러 조력자가 있어 부자지간에 연락을 주고받았을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경찰은 대균씨의 진술이 유씨의 마지막 행적을 밝혀내는 결정적 단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핵심 수행원 여동생의 오피스텔에 은신=대균씨는 이날 오후 7시쯤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상현동의 한 오피스텔 7층 은신처에서 인천경찰청 광역수사대에 검거됐다. 검거 당시 검은색 상하의에 검정 구두를 신고 있었다. 수배전단에서 목덜미 길이였던 곱슬머리는 목 중간까지 길게 자라 있었다. 콧수염과 턱수염은 짧았다. 오랜 도피생활 탓인지 상당히 지친 기색이었다.

경찰은 지난 21일 유씨 사망 사실을 인지한 뒤 대균씨가 구원파 신도보다 개인 측근 및 친인척의 조력을 받아 도피 중일 것으로 보고 수행원 하모(40)씨 등의 움직임을 집중 분석해 왔다. 이 오피스텔은 하씨 여동생 소유로 5월 초까지 사용하다 겉으로는 비어 있던 곳이다. 약 19㎡ 넓이에 복층 구조로 알려졌다. 경찰은 하씨 여동생의 휴대전화 요금 청구지인 이곳의 CCTV를 분석해 7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리는 사람이 없음을 확인했다. 그렇게 비어 있는 집에 수도세와 전기세가 계속 청구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 잠복수사를 벌이다 이날 급습했다.

경찰은 하씨 여동생을 먼저 체포해 대균씨 검거 현장에 데려갔다. 대균씨는 경찰이 검거 작전에 나서자 2시간 가까이 오피스텔 안에서 버티며 승강이를 벌였다. 경찰이 열쇠업자를 불러 현관문을 따고 들어가려 하자 문을 열고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승강이 과정에서 대균씨가 투신을 시도할 가능성에 대비해 소방대까지 출동했다.

◇그간의 도피 행적은=대균씨는 세월호 참사 직후인 4월 19일 인천국제공항에서 프랑스로 출국을 시도하다 출국금지된 사실을 알아채고 공항에 승용차를 버려둔 채 경기도 안성 금수원으로 도망쳤다. 유씨 등과 대책을 논의한 뒤 곧바로 금수원을 떠났고 이후 행적은 오리무중이었다. 대구·경북 지역에 숨었을 것이란 추측만 나왔을 뿐 한번도 행적이 공개되지 않았다.

경찰은 함께 검거된 박수경(34·여)씨가 4월 22일 직접 차를 몰아 대균씨를 오피스텔 앞에 내려주고 의심을 피하기 위해 인근을 몇 바퀴 돈 뒤 오피스텔로 들어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 후 대균씨는 한번도 오피스텔 밖으로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대균씨를 체포하려고 서울 염곡동 자택에 들어간 5월 13일에 이미 그는 이 오피스텔에 은신해 있었던 것이다. 이곳에 머무는 동안 음식은 하씨 여동생이 날라줬다.

오피스텔에서는 뭉칫돈 1500여만원이 나왔다. 대부분 5만원권이고 3600유로(497만원 상당)도 발견됐다. TV는 없었고 노트북 컴퓨터와 휴대전화가 있었지만 사용하지 않아 먼지가 수북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냉장고에는 장기 은신에 대비해 음식이 가득했다.

◇아버지 행적 얼마나 알고 있나=대균씨는 검거 직후 인천광수대로 이송돼 기초조사를 받은 뒤 곧바로 인천지검에 넘겨졌다. 검·경은 대균씨가 유씨의 마지막 행적을 얼마나 알고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오피스텔 내부 모습처럼 TV 등 언론 매체와 단절한 채 휴대전화·컴퓨터도 사용하지 않고 숨어 있기만 했다면 수사 상황을 제대로 몰랐을 수 있다. 그러나 박씨와 하씨, 하씨 여동생 등 수행원들이 계속 그와 접촉하며 은신 생활을 도왔고 이들은 유씨와의 메신저 역할도 했을 가능성이 크다.

◇유대균 누구인가=대균씨는 미국에서 잠적한 동생 혁기(42)씨와 함께 지주회사격인 아이원아이홀딩스의 대주주다. 경영 후계자였던 동생과 달리 비교적 자유분방한 생활을 즐겼다고 한다. 서울 강남에서 고급 레스토랑 '몬테크리스토'와 프랑스계 초콜릿 가게 '드보브에갈레' 등을 운영했다. 수천점의 고급시계와 벤틀리·스타크래프트 등 다수의 수입차를 보유하고 있다. 중학생 시절 유도선수로 활동하다 경북대 조소과에 입학하며 잠시 조각가로 활동했다. 지난 10여년간 예술활동은 거의 없었지만 자신의 업소에 로댕 작품 등 미술품과 골동품을 대거 들여놓아 수집가로도 유명세를 탔다.

정부경 기자 vic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