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균, 용인서 잡혔다

입력 2014-07-26 04:17
경기도 용인의 한 오피스텔에 은신해 있다 25일 체포된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장남 대균씨가 인천지방검찰청 광역수사대로 압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장남 대균(44)씨가 25일 저녁 경찰에 검거됐다. 검찰과 경찰은 대균씨를 상대로 유씨의 마지막 행적과 사망 경위 등을 조사하고 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정밀 감식으로도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유씨의 사인이 밝혀질지 주목된다. 검찰은 대균씨 체포 직전까지 검거 상황을 몰랐던 것으로 알려져 두 수사기관의 '불통'이 다시 노출됐다.

인천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이날 오후 7시쯤 경기도 용인시 상현동 한 오피스텔에서 대균씨와 도피 조력자 박수경(34·여)씨를 체포했다. 대균씨 수행원의 여동생 명의로 돼 있는 이 오피스텔은 5월 이후 외관상 비어 있었다. 경찰은 그런데도 계속 수도·전기요금이 청구되는 점에 주목해 은신처 인근에서 잠복하다 이들을 검거했다.

오후 9시15분쯤 인천광수대로 압송된 대균씨는 아버지의 사망을 알았는지 묻는 취재진 질문에 "조금 전 (경찰에게 듣고) 알았다"고 답했다. 심경을 묻자 "부모가 죽었는데 자식 기분이 어떻겠나"라며 울먹이기도 했다. 또 도피 중에 가족들과 연락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균씨는 광수대에서 10여분 동안 간단한 신원조사를 받은 뒤 본격적인 조사를 위해 인천지검으로 이송됐다. 인천지검 앞에서 대기하던 취재진에게는 "밀항을 시도하지 않았다" "해외에 있는 가족과 연락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반면 박씨는 입을 굳게 다문 채 취재진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

국과수는 이날 유씨 시신에 대한 정밀 감식 결과를 발표했으나 사인은 밝혀내지 못했다. 국과수는 외력에 의한 외상사, 질식사, 독극물 등의 중독사, 질병에 의한 급사 가능성을 면밀히 조사했다. 그러나 독극물 중독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 외에는 유의미한 결과를 얻지 못했다.

서중석 국과수 원장은 이례적으로 언론 브리핑을 갖고 "시신의 부패가 심해 사망 원인을 판명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서 원장은 다만 '시신을 바꿔치기했다'는 등의 의혹과 관련해 "이 시신에서 채취한 모든 DNA가 유씨의 것과 일치했다. 이 시신이 유씨라는 것은 과학적으로 부정할 수 없다"며 일축했다.

유류품 조사에서는 유씨의 행적을 보여줄 단서가 일부 드러나기도 했다. 시신 주변에서 발견된 소주병과 스쿠알렌병에서 유씨의 유전자가 검출됐다. 평소 술을 마시지 않는 유씨가 이 소주병을 들고 다녔으며 스쿠알렌 역시 직접 복용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스쿠알렌병 등은 유씨가 머물렀던 순천 은신처에서도 다수 발견됐다. 유씨의 목뼈 1개가 사라진 사실도 밝혀졌다. 경찰 관계자는 "시신 발견 현장에서 목뼈를 주웠다는 사람이 나타나 돌려받기 위해 접촉 중"이라고 말했다.

사정 당국은 대균씨 조사와 별개로 전방위적인 저인망 수사를 통해 유씨의 행적 추적에 나섰다. 검찰은 최근 사임한 최재경(51·사법연수원 17기) 전 인천지검장 대신 강찬우(51·연수원 18기) 대검찰청 반부패부장을 인천지검장 직무대리로 발령해 유씨 일가 수사를 지휘토록 했다. 또 수사가 종료될 때까지 시신을 유족에게 인도하지 않기로 했다.



조성은 정부경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