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실→ 매실밭 2.5㎞ 최후 행적 규명이 ‘열쇠’

입력 2014-07-26 03:52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사망 원인 규명은 다시 경찰 몫이 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정밀감식조차 사인을 설명하지 못해 사망 경위를 밝혀내는 수사가 불가피하다. 경찰은 기존에 검거된 구원파 조력자들을 재조사하고 시신 수습 과정에서 유실된 증거물을 추적하는 등 유씨의 마지막 행적을 규명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전남 순천경찰서 수사본부 관계자는 25일 브리핑에서 “유씨의 동선을 찾기 위해 주변 CCTV나 세콤 등 경비시설, (사망 추정) 날짜 중 인근 민가나 건물에 침입한 흔적이 있는지 등을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씨의 사인과 관련해 저체온증 자연사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아직 타살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핵심은 유씨가 5월 25일 검찰의 ‘숲속의 추억’ 별장 압수수색 이후 별장에서 빠져나온 뒤 6월 12일 순천 매실밭에서 숨진 채 발견되기까지의 행적을 입증하는 것이다. 2.5㎞에 달하는 이 거리를 기력이 약한 70대 노인이 혼자 움직였는지, 아니면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 이동하다 숨졌는지가 결정적인 실마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른 곳에서 숨진 뒤 옮겨졌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경찰은 유씨의 도피 조력자들을 강도 높게 재조사해 사망에 조금이라도 개입됐을 사람을 다시 추려내기로 했다.

안병갑 전남지방경찰청 수사과장은 “유씨의 비서였던 신모(33·여)씨가 수감된 인천교도소에서 신씨에 대한 재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조력자들이 유씨 시신 발견 뒤 심경에 변화를 겪으면서 진술을 번복할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실제로 신씨는 경찰과 검찰 조사에서 각각 다른 진술을 하는 등 수차례 진술을 번복해 왔다.

관련자 추가 검거도 핵심 과제다. 경찰은 5월 25일 새벽 별장 근처에 있다가 도주한 운전기사 양회정(56)씨를 공개 수배하고 뒤를 쫓고 있다. 일명 ‘김엄마’로 불리는 구원파 핵심 인물 김명숙(59)씨도 공개 수배했다.

시신 수습 과정에서 경찰 실수로 분실된 유씨의 지팡이 등 관련 유류품을 찾는 데도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한편 지난 24일 별장과 유씨 발견 장소 사이의 밭에서 수습된 안경은 밭주인 윤모(77)씨의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강찬우(51·사법연수원 18기) 대검찰청 반부패부장을 인천지검장 직무대리로 발령했다. 유씨 일가 수사의 바통을 넘겨받은 강 지검장은 “유씨의 도피 조력자들이 7월 말까지 자수하면 불구속하고 선처하겠다”고 말했다.

선처 대상은 운전기사 양씨, 김명숙씨, 유희자씨 부부 등이다. 강 검사장은 유씨의 장남 대균씨와 박수경(34·여)씨도 각각 정상참작과 선처 대상에 포함한다고 했지만 불과 몇 시간 만에 곧바로 경찰에 체포됐다. 배임 혐의로 구속 기소된 유씨 부인 권윤자(71)씨는 “남편의 장례 절차에 참석하겠다”며 인천지법에 구속집행 정지를 신청했다.

정부경 정현수 기자, 순천=황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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