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여성CEO 열전] (27) 디자인 회사 ‘매치’ 장성은 대표

입력 2014-07-28 02:13
지난 24일 인천 연수구 자택에서 만난 장성은 매치 대표. 장 대표는 "하나님의 복음을 세상에 전파하는 회사로 키우고 싶다"고 말했다.
장 대표가 디자인을 맡았던 주요 음반들. 인천=강민석 선임기자
인기그룹 빅뱅의 리더 지드래곤이 2012년 9월 발표한 음반의 외형은 독특하다. 얼핏 보면 음반이 아닌 두꺼운 사전처럼 보인다. 암갈색으로 처리된 앨범 재킷 앞면엔 음반 제목인 ‘원 오브 어 카인드(ONE OF A KIND)’라는 문구가 큼지막하게 박혀 있다. 이 음반을 디자인한 인물은 바로 디자인회사 ‘매치(MA+CH)’를 운영하고 있는 장성은(37) 대표다.

그는 YG엔터테인먼트(YG)에서 디자인센터실장으로 일하던 시절 이 음반 디자인을 총괄했다. YG는 빅뱅 외에도 가수 싸이, 걸그룹 투애니원 등이 소속된 국내 굴지의 연예기획사다. 장 대표가 지드래곤의 ‘원 오브 어 카인드’ 음반을 디자인할 때 염두에 뒀던 디자인 콘셉트는 무엇이었을까.

“지드래곤이 음반 디자인을 부탁하며 ‘책처럼 만들어 달라’고 주문하더라고요. 그러면서 음반명은 ‘특별한’이라는 뜻을 지닌 ‘원 오브 어 카인드’라고 하더군요. 어떻게 만들까 고민하다 성경을 떠올렸어요. 가장 특별하고 독보적인 책이 성경이잖아요. 음반이 왠지 성경책 같지 않나요(웃음)?”

꿈이 없던 대학생, 디자이너가 되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아시아를 중심으로 K팝 열풍이 거세게 불면서 음반 디자인 역시 진화를 거듭했다. 플라스틱 케이스에 CD와 가사집만 수록하던 시대는 저물고 요즘엔 특이한 외형을 자랑하는 앨범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장 대표는 이 같은 음반 업계의 변화를 주도한 디자이너 중 한 명이다.

하지만 그는 10대 시절 자신이 디자이너가 될 거란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다고 했다. 지난 24일 인천 연수구 자택에서 만난 장 대표는 “대학에 입학하기 전까지 디자인엔 문외한이었다”고 말했다.

“예체능에는 두루 소질이 있는 편이었지만 디자인엔 아예 관심이 없었어요. 10대 시절 아버지가 목사님(장길선 인천제일성결교회 목사)이다 보니 하나님께 영광 돌리는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만 했죠. 청소년기엔 ‘무엇’이 될 것인가 하는 고민보다는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고민만 많았어요.”

그가 자신의 진로를 구체적으로 생각하기 시작한 건 대학에 진학하면서부터다. 인천에서 나고 자란 그는 1996년 경북 포항에 있는 한동대에 입학했다. 한동대는 국내 최초로 무전공 입학제를 도입한 학교. 무전공 입학제는 신입생이 각종 개론수업을 들은 뒤 2학년 2학기 때 자신의 전공을 선택하는 제도다. 장 대표는 2학년 1학기 때 산업디자인개론 수업을 듣다 디자인의 재미에 빠졌다.

“진로를 선택할 때 제가 세운 기준은 간단했어요. ‘밤새 일해도 재미있는 일을 하자.’ 그런데 디자인 수업을 들으며 과제를 준비하는데 밤새 공부를 해도 재미있는 거예요. 미술을 공부한 적이 없으니 디자이너가 될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교수님들 생각은 다르더라고요. ‘그림은 못 그려도 된다. 아이디어만 좋으면 누구든 디자이너가 될 수 있다.’ 이런 조언을 듣고 큰 용기를 얻었죠.”

대학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그는 졸업을 앞둔 2000년 7월 ‘지직(gigic)’이라는 회사에 입사했다. 지직은 국내 첫 음반 디자인 전문회사로 당시 차트 1∼10위에 오른 음반 거의 대부분을 디자인한 업체다. 지직에서 10년간 근무한 그는 2010년 1월 양현석 YG 대표에게 발탁돼 YG에 입사했다. 참신하고 감각적인 음반을 만들어내며 각광을 받았고 방송에도 종종 출연할 만큼 유명세를 탔다.

“제 디자인 철학은 ‘섬김’입니다. 음반의 주인공인 가수를 섬긴다는 생각으로 일했습니다. ‘이 가수가 나한테 요구하는 건 무엇일까’를 항상 고민했고, 그런 점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 거 같아요.”

세상을 밝히는 성냥

매치는 그가 자신의 디자인 철학을 좀 더 적극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만든 곳이다. 장 대표는 지난해 10월 돌연 YG를 그만두고 창업 전선에 뛰어들어 올해 2월 매치를 설립했다.

“지난해 9월 세계 곳곳의 오지마을을 누비며 봉사활동을 하는 대학 후배를 만났어요. 그런데 그 친구를 만나고 나니 계속 이런 생각이 드는 거예요. ‘나도 좀 더 다이내믹한 삶을 살아야겠다.’ 다음 달 바로 사표를 냈죠. 창업을 하니 정말 다이내믹한 일들이 끝도 없이 펼쳐지더라고요.”

장 대표의 이름이 이미 유명했던 만큼 회사는 창업과 동시에 자리를 잡았다. 많은 연예기획사의 주문이 이어졌고, 회사 로고 등을 새롭게 디자인해 달라는 일반 기업체의 요청도 이어졌다. 그렇다면 회사 이름을 매치로 지은 건 무슨 이유에서일까. 장 대표는 “매치(Match)라는 영어 단어가 품은 다양한 의미가 마음에 들었다”고 답했다. 그는 “매치는 ‘조화’를 뜻하기도 하지만 성냥을 가리키는 단어이기도 하다”며 “세상을 밝히는, 선한 영향력이 있는 회사로 키우고 싶다”고 덧붙였다.

“회사 로고 매치(MA+CH)에서 가운데 글자를 영어 ‘티(T)’로 쓰지 않고 더하기 ‘+’를 쓴 이유는 회사의 중심에 십자가를 놓고 싶어서예요. 믿음이 있다면 낭떠러지에서도 앞으로 발을 내디딜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하나님이 언제나 저와 함께하고 계신다는 걸 잘 알고 있거든요.”

장성은 대표

△1977년 인천 출생 △1996년 한동대 입학 △2000년 지직 입사 △2010년 YG엔터테인먼트 디자인센터실장 △2014년 2월 매치 창업

인천=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