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 부검 결과] “죽은 유씨 도피를 도왔다?”… 사망 시점 조력자 사법처리 난망

입력 2014-07-26 02:44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의 사망이 확인되면서 그의 도피를 도운 혐의를 받고 있는 기독교복음침례회(일명 구원파) 신도들의 사법처리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검찰은 유씨가 살아있을 때 조력한 사람들은 처벌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유씨 생사 여부가 불확실한 시점이나 이미 사망한 시점에서의 조력자들은 사법처리가 어려울 전망이다.

인천지검 특별수사팀(팀장 김회종 2차장검사)이 25일까지 구속한 유씨 도피 조력자는 총 13명이다. 이 중 5명은 5월 24∼25일 전남 순천 ‘숲속의 추억’ 별장 급습 때 체포됐다. 당시 체포된 여비서 신모(33)씨는 유씨를 별장 내 비밀공간에 은신시켰다고 검찰 조사에서 진술했다. 검찰의 급습 당시까지는 유씨가 살아 있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때문에 별장 급습 시점 이전에 도피 조력 혐의로 체포된 사람들을 사법처리하는 데는 어려움이 없어 보인다.

문제는 별장 급습 시점 이후에 유씨 도피를 도운 혐의로 구속된 사람들의 처리 여부다. 유씨 은신처를 마련하는 등 도피를 기획한 혐의를 받는 신명희(64·여·일명 ‘신엄마’)씨는 지난달 13일 자수했다. 유씨 사체가 발견된 6월 12일 다음날이다. ‘제2의 김엄마’로 불리는 김영선씨와 이석환 금수원 상무도 지난달 16일 체포됐다. 이들의 혐의 중에는 유씨의 생사가 불확실한 기간(5월25일∼6월12일)과 사망 이후 유씨를 도왔다는 혐의가 포함돼 있다. 이들뿐 아니라 검찰이 입건한 46명의 조력자 가운데 일부에게는 ‘유씨가 죽은 이후 유씨를 위한 도피처를 물색했다’는 혐의가 적용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미 사망한 사람의 도피를 돕는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성립될 수 없고, 처벌할 수도 없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체포된 구원파 신도들이 유씨의 사망 사실을 알았는지 여부는 상관없다. 조력할 대상이 사망했기 때문에 범죄 성립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형법상 범인은닉죄의 미수나 예비행위에 대해서는 처벌 근거가 없다. 때문에 검찰도 조력자들을 기소하면서 유씨의 생사가 애매한 시점 직전까지의 조력 행위에 대해서만 혐의를 적용했다는 후문이다.

도피 조력자들과는 별개로 횡령·배임 혐의로 재판받고 있는 유씨 계열사 임원들은 죽은 유씨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전략을 쓸 가능성이 크다. 현재 송국빈(62) 다판다 대표를 비롯해 8명이 재판받고 있다. 무죄를 받기 위해 범죄 혐의 전부를 부인하고 유씨가 한 일이라고 주장할 수 있다. 또 유씨의 지시로 할 수 없이 저지른 범죄라며 선처를 호소할 가능성도 있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