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연 “자사고, 일반고 전환 1년 연기”

입력 2014-07-26 02:51
전국자사고학부모연합회 회원들이 25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자사고 폐지에 반대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서영희 기자

서울시교육청이 2016학년도부터 자율형 사립고(자사고)에 주어졌던 학생선발 면접권을 박탈하기로 했다. 올해 예정된 자사고 14개교에 대한 평가는 오는 10월까지 진행한 뒤 일반고 전환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다만 적용 시기를 현재 중학교 2학년이 고교생이 되는 2016학년도로 늦췄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자사고 재지정 취소 방침을 밀어붙이겠다는 뜻을 명확히 밝히면서 자사고 구성원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조 교육감은 25일 시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사고 대책을 발표했다. 그는 “2016학년도부터 면접권을 없애고 전원 성적제한 없이 추첨에 의한 선발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며 “설립 목적에 찬동하는 학생만 (자사고에) 지원한다면 면접을 볼 이유는 없다”고 밝혔다. 자사고는 성적 50% 이내 학생을 대상으로 추첨해 선발해 왔으며, 2015학년도부터 1.5배 추첨 뒤 면접 방식이 예정돼 있었다.

조 교육감은 자사고가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선발권 폐지 방침을 밝혔다. 조 교육감은 “자사고와 같이 수직적인 서열과 불평등을 조장할 수밖에 없는 학교나 교육과정 지정 및 운영을 원천적으로 금지할 것”이라며 자사고 지정취소 의지를 재확인했다.

다만 자사고 평가로 일반고 전환이 확정되더라도 2016학년도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조 교육감은 “현 시점에서 2015학년도 전형 일정에 차질을 주면 자사고를 준비하는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혼란을 준다”고 설명했다. 시교육청은 8월 말까지 자사고 평가지표를 재검토하고 올해 평가 대상인 14개교에 대한 재평가를 실시한다. 결과는 10월 말 발표된다.

또 자사고 전입이 수시로 이뤄지는 것을 막기 위해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키로 했다. 자사고들이 부적응 학생을 인근 일반고로 전출시키고 일반고의 우수 학생을 전입시켜 일반고를 황폐화시켰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다.

시교육청은 이날 자사고 취소에 힘을 싣는 설문 결과를 내놨다. 시교육청이 지난 18∼19일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자사고 폐지에 ‘찬성한다’는 응답이 60.7%로 ‘반대한다’(22.9%)보다 훨씬 많았다. 연령대별 찬성 비율이 30대 66.9%, 40대 66.2%로 높아 주로 학부모 연령층에서 자사고 재지정 취소 여론이 높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서울자사고학부모연합회는 이날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자사고 폐지 반대 집회를 열었다. 연합회는 “자사고 재지정을 부당하게 취소하면 법인연합회·교장연합회·총동문회와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