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사인을 규명하기 위해 유전자 감식, 각종 약물 반응, 컴퓨터단층촬영 등 지금까지 알려진 모든 과학적 기법을 총동원했다.
먼저 시신을 훼손하지 않고도 혈관의 분포와 장기 상태를 정밀 검사하는 다중채널컴퓨터단층촬영(MDCT) 기법이 부검에 사용됐다. MDCT는 64∼128개의 X선을 동시에 활용해 장기 상태를 3차원으로 세밀하게 촬영하는 영상 부검 장비다. 2010년에는 독일과 이집트의 연구팀이 MDCT를 활용해 기원전 1352년에 숨진 이집트 파라오 ‘투탕카멘’이 비정상적인 다리뼈로 인한 질병과 말라리아 합병증으로 사망했다는 것을 밝혀냈다. 이 장비로 촬영된 영상정보는 장례를 다 치른 뒤에도 영상 증거로 쓰일 수 있다. 국과수는 지난해 5억원을 들여 MDCT 장비를 도입했다.
국과수가 공개한 유씨의 MDCT 영상은 발견 당시 뼈와 근육을 360도 각도에서 볼 수 있게 돼 있다. 알려진 대로 부패가 심한 머리와 목 부분에는 뼈만 남았지만 나머지 근육은 상당 부분 보였다.
국과수는 25일 부검 결과를 발표하면서 그동안 제기된 여러 의혹에 대한 설명도 내놓았다. 먼저 ‘불과 17∼18일 만에 반(半) 백골화가 될 수 있느냐’는 지적에 대해 서중석 국과수 원장은 테네시 대학 인류학연구센터 연구 결과를 들어 충분히 가능한 일임을 설명했다. 서 원장은 “이 실험은 시신이 노천에 방치된 뒤 열흘 만에 구더기 증식에 의해 거의 백골화되는 것을 확인했다”며 “국내에서 진행된 동물부패 실험에서도 7월 기온 25∼32도에서 나흘간 비가 내릴 때 5∼6일 만에 돼지 사체가 파리유충 섭식으로 백골화됐다”고 밝혔다. 특히 머리와 목 부분이 백골화된 이유도 밝혔다. 서 원장은 “사람이 부패되면 세균이 몸의 단백질을 분해해 가스를 만들어 내는데 이 가스가 옷이 없는 얼굴이나 목 부분에 먼저 침투한다”며 “구더기도 코나 입을 통해 침투해 장기를 훼손시키기도 한다”고 말했다.
서 원장은 시신이 반듯하게 누워 있던 점에 대해 “사망할 당시의 자세가 지금 자세라고 주장하는 것은 문제”라며 “변사자의 자세는 사망 후 얼마든지 바뀔 수 있어 현장 사진만 보고 말하는 것은 난센스”라고 일축했다.
전수민 기자 suminisim@kmib.co.kr
[유병언 부검 결과] MDCT로 촬영해보니… 머리·목은 뼈만 남고 근육은 상당부분 보여
입력 2014-07-26 04:55 수정 2014-07-26 14: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