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1970년대 중반까지 아시아의 네 마리 용(한국 대만 싱가포르 홍콩) 가운데 하나였다. 그런데 싱가포르와 홍콩은 하늘로 올라가 진짜 용이 됐다. 반면 우리는 이무기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권태신(사진) 한국경제연구원장은 24일 ‘전경련 최고경영자(CEO) 하계 포럼’이 열리고 있는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리조트를 찾아 기자간담회를 갖고 한탄을 쏟아냈다. 그는 “싱가포르와 홍콩은 1인당 국민소득 3만∼5만 달러를 웃돌며 성장을 지속하고 있지만 한국과 대만은 2만 달러 근처에서 정체돼 있다”며 “경제자유도, 노사 갈등, 정부 규제 등의 문제들이 이런 상황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권 원장은 이대로 가다가는 우리 경제가 일본처럼 장기 침체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우리 기업들이 투자를 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외국인들이 국내에 들어오는 것도 같은 투자다. 외국인 직접투자(FDI) 규모가 8년째 100억 달러 수준에 머무는 것은 한국을 기업하기 어려운 나라로 본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홍콩의 연평균 FDI 증가율은 10.1%, 싱가포르는 8.2%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3.1%에 불과하다. 대만은 1.2%다.
권 원장은 규제 완화, 외국인 투자 활성화, 노사 문제 개선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규제 완화가 어려운 이유로는 ‘반(反)기업 정서’를 꼽았다. 그는 “반기업 정서와 경제민주화로 기업에 대한 규제가 자꾸 늘어난다”며 “정치가 경제를 지배하면 기업하기 점점 어려워지고 규제를 획기적으로 개선하지 않으면 (지금 상태에서) 빠져나오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한편 권 원장은 사내유보금 과세에 대해 효과가 없다고 했다. 외국인 투자자들도 상당히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
권태신 한경연 원장의 한탄 “아시아 네 마리 용 가운데 이무기 전락 위기”
입력 2014-07-26 02: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