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년 역사 GE, 하이얼 품으로?

입력 2014-07-26 03:43

미국 최대 전기전자 업체인 제너럴일렉트릭(GE) 가전사업부가 2008년에 이어 또다시 글로벌 시장에 매물로 나오면서 어느 기업이 인수하게 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중국 업체가 GE를 손에 넣게 되면 시장 판도가 요동칠 수 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최근 GE 제프리 이멜트 최고경영자(CEO)가 가스터빈, 제트엔진, 에너지 등 부문에 집중하고 대신 가전사업부를 매각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GE 가전사업부의 매각 금액은 15억∼25억 달러 수준으로 알려졌다.

토머스 에디슨이 세운 에디슨전기회사와 톰슨휴스턴전기가 합병해 1882년 태어난 GE는 130년 역사를 자랑한다. 1900년 미국 최초로 기업부설 연구소를 설립해 수많은 특허를 내고 제품 개발에 집중한 GE는 미국의 대표적 가전기업으로 1970년 매출 87억6000만 달러(9조원)를 달성했다. 2010년 미국 포브스가 선정한 수익 자산 시장가치 기준 세계 2위 기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그러나 삼성전자, LG전자 등이 글로벌 프리미엄 가전시장을 석권하고 북미 시장에서도 월풀, 일렉트로룩스 등에 밀리면서 가전시장에서는 점점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현재 전체 매출에서 가전사업부가 차지하는 비중은 6%, 영업이익은 2%에 불과해 GE가 손을 떼기로 한 것으로 분석된다.

GE 가전사업부를 인수할 기업으로는 중국 최대 가전업체인 하이얼이 유력시되고 있다. 삼성전자, LG전자도 후보군에 있었지만 인수에 관심이 없는 분위기다. 글로벌 시장에서 브랜드 경쟁력을 갖춘 마당에 GE 가전사업부를 인수해봐야 별 이득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반면 하이얼은 현재 부진한 미국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게다가 자금력을 바탕으로 최근 10여년간 일본 산요(가전부문)를 비롯한 기업들을 적극적으로 사들여 왔다. 하이얼은 GE 가전사업부를 인수하면 북미 생산기지와 영업망을 흡수해 점유율을 높여갈 수 있다는 계산을 하고 있다. 시장조사 기관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은 하이얼을 2009∼2013년 세계 백색가전 브랜드 1위로 꼽기도 했다.

다만 현재는 국내 업체들이 크게 신경쓰지 않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25일 "북미 가전시장에서는 월풀, 삼성전자, LG전자가 1위를 두고 각축전을 벌이고 있으며 GE나 하이얼은 상위권에 들지 못하는 형편"이라며 "그럼에도 하이얼과 GE가 통합된다면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