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만 65세 이상 노인 410만명에게 25일 처음으로 기초연금이 지급됐다. 추가 신청한 30만7000명은 심사를 거쳐 다음 달 7, 8월 두 달치를 한꺼번에 받게 된다.
기초연금은 경제력이 떨어지는 노인들의 생활 안정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가 매월 지급하는 돈이다. 2008년 도입된 기초노령연금을 대체하는 것으로 1인당 월 최대 20만원이 지급된다. 9만원대인 기초노령연금에 비하면 연금액이 꽤 늘어난 것이다.
기초연금은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사항이다. 당초 만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일률적으로 20만원을 지급하기로 했지만 소득 기준 하위 70% 이내로 대상이 축소됐다. 부부가 둘 다 받으면 각각 16만원씩 지급된다. 소득·재산이나 국민연금 수령액이 상대적으로 많은 노인도 수령액이 20만원보다 적다. 대선 공약에서 후퇴했다는 비판이 있지만 그래도 일단 걸음을 내딛는 게 중요하다. 노인복지의 한 단계 진전이라는 평가에 인색할 것까진 없다.
우리나라 노인빈곤율은 2012년 말 기준 48.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다. 빈곤율은 소득이 중위소득(전체 인구를 소득 순으로 나열할 때 중간에 있는 사람의 소득)의 50%가 되지 않는 인구의 비율이다. OECD 회원국의 노인빈곤율은 평균 13%라고 하니 한국 노인들의 사정이 참 딱하다. 일부 자산계층과 공무원·사학·군인연금 등 특수직 연금 수급자 등을 제외하면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는 이들이 대다수다. 노후 준비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고 사회안전망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노년을 맞은 세대들의 씁쓸한 자화상이다. 기초연금은 변변한 수입이 없는 노인들에게 그나마 위안이다.
문제는 재원 마련이다. 상반기 기초노령연금까지 포함하면 올해 기초연금에 7조원이 들어간다. 내년에는 10조3000억원이 필요하다. 인구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어 2020년에는 17조원으로 추산되는 등 재정 부담은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다. 기초연금이 자칫 다른 용도의 예산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될 가능성도 있다.
기초연금은 국고보조사업이라 비용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분담한다. 재정자립도에 따라 다르지만 정부와 시·도, 시·군·구가 약 70% 대 18% 대 12%의 비율로 부담한다. 그런데 예산을 확보하지 못한 지자체들이 부지기수다. 서울 25개 자치구들의 올해 기초연금사업 예산 확보율은 63%다. 9월까지만 지급할 수 있는 정도다. 이후에는 특별교부금이나 추경예산 편성, 예비비 사용 등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
정부가 곳간 사정은 생각하지 않고 덜컥 복지사업을 확대했다는 비판이 있다. 그러나 우리의 복지 수준이나 노인빈곤율을 감안할 때 기초연금제는 미룰 일이 아니다.
한국의 복지수준은 OECD 국가 최하위 수준이다. 2012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공사회복지 지출은 9.3%로 OECD 회원국 평균인 21.7%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서민들의 삶의 질 향상과 직결되는 복지사업은 확대해야지 뒷걸음질쳐서는 안 된다. 복지 확대란 큰 틀을 유지하고 이를 실현할 수 있는 물적 토대를 마련하는 게 올바른 방향이다. 재정 낭비 요소를 줄이고, 지하경제 양성화 등을 통해 세수를 늘리겠다는 방안을 정부가 제시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그것만으로는 복지 수요를 감당하기에 벅차 보인다. 2012년 기준 한국의 조세부담률은 20.2%로 OECD 평균 26.7%에 크게 못 미친다. 복지는 낭비가 아니라 투자다. 지속가능한 복지를 위해 증세 가능성까지 열어놓고 다각도로 재원 마련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라동철 사회 2부 선임기자 rdchul@kmib.co.kr
[내일을 열며-라동철] 기초연금 재원 대책은
입력 2014-07-26 02: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