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전 세계의 하늘길이 불안하다. 땅 위의 정치적 갈등이 저 높은 하늘길까지 위협하고 있고, 유난히 변덕스러운 북반구의 여름 날씨마저 짓궂기 그지없다. 연이은 사고와 안타까운 희생에 전 세계가 애도하고 있고, 잦아진 여행에 한동안 잊고 지냈던 비행기 안전을 다시금 되새기게 한다. 정부 당국과 항공사, 승무원들 모두가 항공기 안전에 더욱 각별한 주의를 기울일 때다.
항공기사고기록기구(The Bureau of Aircraft Accidents Archives) 통계에 따르면 25일 현재 올해 항공기 사고 사망자는 991명으로 집계됐다. 아직 7월인데도 지난해 전체 사망자인 459명의 배를 넘어섰다.
올해는 유난히 수백명씩 희생되는 대형 사고가 많았다. 지난 3월 8일 239명을 태운 말레이시아항공 소속 여객기가 인도양에서 실종된 채 아직 잔해조차 발견되지 않고 있다.
이 사고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상황에서 지난 17일에는 정부군과 반군이 교전 중인 우크라이나 상공을 지나던 같은 항공사 소속 여객기가 미사일에 피격돼 탑승자 298명 전원이 숨졌다.
지난 23일에는 대만의 펑후섬 마궁(馬公)공항 근처에서 악천후에 비상 착륙을 시도하던 푸싱(復興)항공 소속 여객기가 지면과 충돌해 58명의 탑승자 중 48명이 숨졌다.
1주일 사이에 연거푸 터진 항공기 사고에 전 세계가 안타까워하던 차에 이튿날 또다시 아프리카 말리에서 프랑스인 51명을 비롯해 116명을 태운 알제리항공 소속 여객기가 기상 악화로 경로를 바꾸던 중 추락했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긴급 각료회의 직후 "여객기 추락에서 살아남은 이들이 없다"고 밝혔다고 현지 라디오인 프랑스 앵포가 보도했다.
사고는 나지 않았지만 테러 등으로 공항이 막히거나 사고 우려로 비행이 아예 금지된 곳도 적지 않다. 지금도 교전 중인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 지역의 항공 운항이 중단되거나 제한되고 있다. 미국 연방항공청(FAA)은 북한과 에티오피아, 이라크, 리비아, 소말리아 하늘에 대해서도 교전 또는 미사일 피격 가능성 때문에 민항기 비행을 금지했다. 리비아 트리폴리 공항의 경우 지난 14일 민병대 간 교전으로 항공기 10여대와 관제탑이 파손되기도 했다.
정치적 갈등으로 분쟁 지역이 늘면서 항로가 위협받는 상황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중국, 러시아 등 '빅(Big) 파워'들의 대립이 '스몰(Small) 파워' 간 대리전 형태로 이어지고, 이런 혼란한 틈을 타 기존에도 통제가 되지 않던 불량국가나 무장단체들이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들의 무기도 항공기를 위협할 정도로 점점 첨단화되고 있다.
항공기 참사와 분쟁 등이 계속 이어지자 유엔 산하 항공 전문 기구인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오는 29일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항공업계와 긴급회의를 개최키로 했다. 이례적인 긴급회의로 그만큼 지금을 비상한 상황이라고 본 것이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
연거푸 참사…하늘길 비상
입력 2014-07-26 0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