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군이 자국 영토에서 우크라이나군을 포격한 증거를 갖고 있다고 미국 정부가 24일(현지시간) 밝혔다. AFP통신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의 보도에 따르면 마리 하프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우리가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러시아군이 자국 영토 안에서 우크라이나군에 포격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러시아가 더 강력한 다중 로켓발사대 등을 우크라이나 친(親)러 분리주의 반군에 전달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새로운 증거도 확보했다고 덧붙였다.
국방부 대변인실의 스티브 워런 대령은 “명백한 군사적 긴장 고조”라고 비판했다. 다른 국방부 관계자들은 러시아군의 포격이 지난 17일 말레이시아 여객기 추락과 거의 같은 시기에 시작됐으며, 피격 이후에도 반군에 대한 무기지원을 계속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접경지에 배치된 러시아군도 1만5000명으로 3000명이 늘었다.
이런 가운데 유럽연합(EU)이 여객기 피격 사건과 관련해 검토 중인 대(對)러 신규 제재가 러시아의 돈줄을 죄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는 28개 EU 회원국 대사들이 검토한 집행위원회의 신규 제재안에 유럽 금융시장에 대한 러시아 국영은행의 접근을 차단하는 내용이 들어 있다고 보도했다.
유럽 투자자들은 러시아 정부가 50% 이상 지분을 보유한 모든 은행의 주식과 채권을 신규로 사들이는 게 금지되기 때문이다. 신문은 “(유럽) 자본시장 접근을 제한함으로써 러시아 금융기관의 자금조달 비용이 상승하고 자금공급 능력도 제약받게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EU가 러시아의 역내 자본시장 접근을 막으려는 움직임을 보인 것은 처음이다. 러시아 국영은행들은 지난해 전체 자금 수요 158억 유로(22조원)의 거의 절반을 유럽 시장에서 조달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이번 제재안은 앞서 미국이 추가 제재 대상에 가스프롬방크와 국영 대외경제개발은행(VEB) 등 은행 두 곳만 포함시킨 것보다 더 나아간 것이라고 텔래그래프는 평가했다.
한편 호주 페어팩스미디어는 25일 피격 사건으로 많은 희생자를 낸 네덜란드와 호주, 말레이시아, 독일, 영국 등 5개국이 현장을 보호하기 위한 다국적군 파견을 추진 중이라고 전했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
美 “러시아 영토서 우크라 포격 증거있다”
입력 2014-07-26 0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