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권하는 CEO, 책 읽는 직장-경북도청] “독서문화 중심지 ‘책 읽는 경북’ 만들어갑니다”

입력 2014-07-28 02:43
경북도청 직원들의 독서 동아리 ‘산백회’ 박성수 회장과 회원들이 지난 16일 오후 도청 뒷동산에서 독서 모임을 갖고 있다. 경북도청 직원들은 도청 내 행정자료실에서 1인당 월 평균 1.5권가량의 책을 빌려서 읽는다.

경북도청 직원들은 정말 바쁘다.

쌓인 업무를 처리하다 보면 하루가 금방 가고 늦은 시간까지 일하는 것이 일상이 된 지 오래다. 태풍 등 천재지변이 있거나 산불 등 사고가 발생하면 비상근무도 해야 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휴일에도 급한 전화가 걸려오지 않을까 노심초사해야 한다.

하지만 이 모두를 즐거운 마음으로 극복해야 하는 것이 공무원의 사명 아닐까.

“바쁜 일상의 휴식에는 독서가 정답이다. 좋은 책을 많이 읽어야 생각이 확장된다. 부지런히 책을 읽자.”

김관용 경북도지사가 간부회의에서 귀에 못이 박히도록 하는 말이다. 정신없이 도민들을 위해 일해야 하는 경북도 간부들에게 독서를 통한 휴식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책에서 읽은 글귀도 자주 인용하며 직접 도서를 추천하기도 한다.

요즘 공무원들은 늘상 창의, 혁신에 대한 요구와 평가에 직면하고 있어 업무를 위해서도 독서를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독서를 통해 독창적이고 혁신적인 사고를 기르고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경북도청 공무원들은 과연 책을 어느 정도나 읽을까. 공식적인 통계는 없지만 독서량이 적지 않은 편이다. 경북도청 내에 설치된 행정자료실에는 약 7만2000권의 장서가 있다. 직원들은 이곳에서만 월 평균 1600권 정도를 빌려서 읽는다. 도 본청에 근무하는 직원이 1100명 정도이기 때문에 1인당 월 평균 1.5권을 읽는 셈이다.

많이 읽는 책은 조정래의 ‘정글만리’, 함유근의 ‘빅 데이터, 경영을 바꾸다’, 박영숙의 ‘UN미래보고서 2030’ 등 교양서적과 업무 관련 서적이 주를 이룬다.

책 읽는 공무원의 중심에는 도청 독서 동아리 ‘산백회’가 있다. 회원은 50명 정도다. 산백회는 1993년 1월 18명의 회원으로 출발했다. 책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던 김광원 행정부지사가 모임을 주도했다. 김 부지사는 이후 감사원으로 자리를 옮기며 자신이 받은 전별금 전액을 운영비로 내놨고 이 기금이 버팀목 역할을 해 오고 있다.

독서모임 이름이 산백회로 된 사연도 재미있다. 경북도청이 있는 대구 북구 산격동의 이름을 따 ‘산격동의 백치를 깨자’는 의미를 담은 것이라고 한다. 거친 표현이지만 공무원들이 공부해야 한다는 진심어린 뜻이 담겨 있다.

회원들은 매달 넷째 주 금요일 저녁에 만나 읽은 책을 발표하고 토론하며 지식을 얻고 새로운 에너지를 충전했다. 간간이 작가의 생가(生家)나 도내 명승지를 찾아 야외 토론을 하는 시간도 가졌다. 4대 회장이자 초창기부터 회원으로 활동해 온 이태형 구미소방서장은 “처음에는 독서회 회원이라는 소속감 때문에 책을 들기도 했다”며 “독서 모임을 통해 회원들이 책 읽는 즐거움을 만끽하고 ‘책 속에 길이 있다’는 진리도 깨달았다”고 한다.

산백회는 최근 업무가 바빠 모임을 자주 갖지 못하지만 ‘책 읽는 경북을 만들겠다’는 각오는 대단하다. 앞으로 회원들과 책 읽는 법도 함께 나눌 계획이다. ‘책 따로, 지식 따로, 활용 따로’인 것을 하나로 꿰기 위해서다.

경북도는 도서관 사업 등 독서문화 확산을 위한 다양한 정책도 펼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도청신도시 내 도립 공공도서관 건립이다. 도립 공공도서관은 경북도가 직접 건립하는 첫 번째 도서관으로 345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2만2384㎡(6771평) 부지에 4층 규모로 지어진다. 내년 9월에 착공, 2018년 1월 완공할 예정이다.

아울러 도는 23개 시·군 소속 공공도서관이 양질의 도서를 확보할 수 있도록 매년 4억원을 지원하고 있다. 공공도서관 이용이 어려운 곳에는 작은 도서관을 조성하고 있으며 도서관 운영을 위해 도서 보내기운동도 전개하고 있다.

경북도는 공무원교육원을 활용한 공직사회 독서문화 전파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공무원교육원은 도청 공무원뿐만 아니라 시·군 공무원, 신규 공무원 등 다양한 교육생들로 넘쳐나기 때문에 독서 교육에 안성맞춤인 곳이다. 산백회 회장인 박성수 정책기획관은 “도청 직원 모두가 독서를 통해 휴식을 취하고 이를 통해 혁신적인 생각을 가질 수 있도록 독서운동을 전개해 나가겠다”며 “경북 도정의 슬로건인 ‘사람 중심, 경북 세상’의 핵심은 바로 독서”라고 강조했다.

대구=글·사진 김재산 기자 jskimkb@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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