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토크] 법의곤충학

입력 2014-07-26 02:56
1850년 프랑스에서 임대주택을 수리하던 일꾼들이 벽 사이에서 갓난아기로 추정되는 시신 한 구를 발견했다. 검시 결과 그 시신은 사산아가 아니라 태어날 때 생존해 있었던 것으로 결론 났다. 문제는 사망 시점이었다. 시신이 발견되기 전의 3년간 그 집의 세입자들은 네 번이나 바뀌었다. 사망 시점만 알면 누가 아기를 벽 속에 유기했는지 알 수 있었다. 경찰은 시립병원의 베르주레 박사에게 법의학 수사를 의뢰했고, 그는 시신이 적어도 2년 동안 벽 속에 있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덕분에 경찰은 1848년 여름 그 집에 거주했던 젊은 여성을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할 수 있었다. 베르주레 박사가 사망 시점을 밝혀낼 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시신에 살고 있던 나방과 번데기 등을 꼼꼼히 관찰했기 때문이다.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시신에서도 발견 당시 벌레가 들끓었다고 한다. 이처럼 삼림속에 버려진 시신의 경우 몇 시간 내로 금파리들이 눈과 입 주위에 알을 낳는다. 이어서 쉬파리들이 날아오고, 구더기들이 파고드는 동안 내장의 박테리아가 밖으로 빠져나와 발효되기 시작하면 고약한 치즈 냄새를 풍기게 된다. 그 냄새가 다시 딱정벌레를 끌어 모으게 되는데, 죽은 지 3개월이 되면 약 500종의 곤충이 거쳐 간다고 한다.

그 곤충들의 생활상을 꼼꼼히 따져 시신의 사망 시점 등을 알아내는 학문이 법의곤충학이다. 예를 들어 금파리의 유충이 돌아다닌다면 그 시신의 사망 시점을 1주일 내로 보는 식이다. 벽에서 발견된 신생아의 사례처럼 죽은 지 오래된 시신의 경우 곤충은 사망 시점을 밝혀내는 유일한 단서가 된다. 요즘엔 죽은 지 3∼4개월 된 시신을 파먹은 구더기로부터 인간의 DNA 지문을 얻을 수 있다. 이 방법을 활용하면 시신이 없어져도 구더기로부터 신원 확인이 가능하다.

범죄 수사에 곤충학을 접목시킨 최초 사례는 1247년 중국 송나라 판관 송자의 저서 ‘세원집록’에 기록돼 있다. 작은 마을에서 농부가 낫에 난도질당해 숨진 사건이 발생하자 마을 사람 모두에게 자기 낫을 들고 모이라고 명령했다. 그리고 유독 파리가 꼬이는 낫의 주인으로부터 범행 사실을 자백 받을 수 있었다. 송자는 이 같은 치밀한 수사로서 억울한 누명을 쓴 힘없는 사람들을 많이 도와준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수사의 기본 철학으로 ‘심지우심(審之又審)’을 내세웠다. 주의하여 보고 다시 또 주의하여 살핀다는 뜻이다.

이성규(과학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