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백성들은 블레셋과의 전투에서 대패했습니다. 이 때문에 백성과 지도자들은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 당시 전쟁은 단순히 국가 간 전쟁이 아니라 신들의 전쟁이기에 전쟁에서 진 것은 곧 하나님이 패한 것이나 다름없는 충격을 주었습니다.
종교 지도자들과 장로들이 모여 ‘우리가 왜 전쟁에서 패했을까’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이렇게 전략 회의를 하니 다음과 같이 의견이 모아졌습니다.
“전쟁터에 ‘언약궤’를 안 가지고 가서 우리가 패한 것이 틀림없다!”
어디서 들은 풍월인지 이들은 언약궤가 하나님의 임재를 상징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언약궤를 가져가 복수하자’는 결론을 냈습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에게 원한 것은 ‘언약궤’를 붙드는 게 아니라 ‘하나님만’ 붙드는 것이었습니다. 게다가 이스라엘이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가장 필요했던 건 ‘언약궤’가 아니라 ‘회개’ ‘돌이킴’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이스라엘 백성들은 하나님께 관심을 두지 않고 언약궤에 집중했습니다.
언약궤를 가지고 전쟁에 나갔지만 이스라엘 백성 앞에 닥친 것은 더 큰 패배였습니다. 삼만 명이 전사했고 언약궤는 빼앗겼으며, 엘리 제사장의 아들 홉니와 비느하스는 죽임을 당했습니다.
여기서 알 수 있듯 ‘언약궤’는 하나님의 임재를 상징할 뿐 하나님 그 자체는 아닙니다. 하나님은 일정한 공간이나 특정한 조건에 제한받는 분이 아닙니다. 그런데 수많은 학부모들은 하나님보다 언약궤에 관심을 두는 것 같습니다. 하나님을 붙들려고 하지 않고 언약궤의 한 부분이라도 잡아 보려고 애씁니다. 좋은 대학에 갈 수만 있다면 신앙생활은 나중으로 미뤄도 된다는 부모들이 많습니다. 공부 때문에 교회 수련회에는 절대 아이들을 보내지 않겠다는 부모도 적지 않습니다. 우리 자녀들이 병든 세상에서 붙들고 살아야 할 가장 중요한 무기는 하나님입니다. 그럼에도 정작 하나님은 뒤로 미뤄 놓은 채 영험한 듯 보이는 ‘언약궤 신앙’을 붙들고 삽니다.
평상시 기도하지 않는 부모들도 자녀가 고3만 되면 새벽기도회에 나타납니다. 그리고 대학에 합격하면 몇 년 쉬었다가 취직을 앞둔 시점에 또다시 나타납니다. 그리고 또 몇 년 잠잠히 있다가 자녀들이 결혼할 즈음이면 다시 새벽에 얼굴을 보입니다. 물론 이렇게라도 기도하니 그나마 다행입니다. 하지만 이는 기복(祈福)신앙이며 더 심하게 말하면 부적(符籍)신앙입니다. 하나님을 붙들고 사는 것은 나 중심의 삶이 아니라 하나님 중심의 삶인데, 모범을 보여야 할 어른들이 오히려 신앙의 정도를 어지럽히고 있습니다.
언약궤에 집중하면 기복을 좇게 됩니다. 그러나 하나님께 집중하면 하나님의 약속을 보게 됩니다. ‘언약궤’가 아니라 ‘하나님’이 중요하다는 것을 기억합시다. 전심으로 하나님만 섬깁시다. 그 다음은 하나님의 몫입니다.
좋은 대학에 보내기 위해 학원, 과외 교사를 찾는 데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자녀가 ‘어떻게 하면 병든 사회에서 건강하게 믿음을 지키는 리더로 살 것인가’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특별히 그리스도인들은 ‘믿음 있는 가정의 믿음 없음’을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부모는 자녀의 학교입니다. 그래서 자녀들은 부모에게서 본 대로 합니다. 그러니 더 이상 언약궤를 붙들지 마십시오. 하나님만을 붙드십시오. 그러면 여러분의 자녀는 ‘오천 명을 먹이는 사람’으로 우뚝 서게 될 것입니다.
전영헌 교목(부산 브니엘고)
[오늘의 설교] 언약궤가 아니라 하나님께 집중하라
입력 2014-07-26 0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