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이 온다고 하면 사람들은 코웃음을 칩니다. 과연 그럴까요?"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교육걱정)' 송인수(51·다니엘새시대교회) 공동대표는 13년간 공립고 교직생활을 하다가 '좋은교사운동' 대표직 수행을 위해 2003년 사직하고, 임기를 마친 2008년부터 이 운동을 해오고 있다.
24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강로 사무실에서 만난 송 대표 손엔 손바닥 크기의 소책자 3개가 들려 있었다. 손 대표는 다윗의 물맷돌과 같은 이 책자로 골리앗처럼 꿈쩍도 않던 학교 안 선행교육을 금지시켰다. 지난 6년 동안 고독한 싸움의 결실인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고 오는 9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송 대표는 학교 밖 선행교육 규제도 법제화할 방침이다.
“한국에서 ‘자녀의 공부와 성공’은 ‘돈’보다 무서운 ‘우상’과도 같습니다. 믿음이 남다른 분들도 다른 것은 몰라도 자녀 교육은 세상 논리대로 하겠다고 고집합니다.”
송 대표가 크리스천인 줄은 알고 있었지만 이토록 철저하게 성경 원리에 입각한 교육운동을 펼치고 있을 줄은 몰랐다. 그에게 2007년은 잊을 수 없는 해이다. 이미 사표를 냈기 때문에 학교로 돌아갈 수 없었다. 좋은교사 이사회는 그에게 대표직을 그만두고 ‘더 강력한 운동을 하라’고 권했다. 송 대표는 그해 5월 교회 중고등부 교사였다. 중간고사를 막 끝낸 학생들이 토요일 오전 9시 예배 시간에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목사님은 ‘비전’이라는 말씀을 전했다.
“너희들 공부 때문에 힘들지? 모두가 성공하기 위해서 열심히 공부하지만 너희들 왜 입시경쟁 지옥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줄 아니?” 목사님은 송 대표의 의중을 읽기라도 한 듯 빙그레 웃고 난 뒤 말씀을 이어갔다.
“애들아 그것은 말이야, 입시 경쟁의 문제를 자신의 문제로 끌어안고 자기 인생을 하나님께 드린 사람이 한 사람도 없었기 때문이란다. 대한민국 역사상 그런 사람이 한 사람도 없었기 때문에 풀리지 않는 것이란다.”
목사님의 말씀은 날카로운 비수로 송 대표의 가슴을 찔렀다. 자신이 오래 전 제도와 시스템의 문제로 생각하고 포기한 것을 목사님은 어떻게 아셨는지 사람의 문제로 접근했다. 한순간에 고민이 풀리는 듯했지만 이내 현실적인 문제로 돌아왔다. 눈에 보이는 분명한 증거를 주시지 않으면 이 일을 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교원노조 외에 다른 단체에서 활동할 때도 휴직이 가능하도록 하는 법을 만드는 것이었다. 나름대로 댄 핑계치곤 딱이었다.
그런데 좋은교사 대표 임기를 불과 한 달 앞둔 2008년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 일어났다. 정작 자신은 혜택을 보지 못했지만 송 대표의 바람대로 그해 2월 18일 이 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어 4개월 뒤 송 대표는 ‘사교육걱정’ 시대를 열었다.
“히브리 노예들이 이집트에서 400년 동안 노예생활을 하다가 모세라는 리더를 통해서 이집트에서 탈출해서 가나안 땅으로 들어가는 것에 비유할까요.”
‘사교육걱정’이 가져온 변화는 적잖다. ‘아깝다 학원비!’ ‘아깝다! 영어 영어헛고생’ ‘찾았다 진로!’ 등의 소책자는 120만부 이상 나갔다. 조기 영어교육 열풍이 해소되기 시작했으며 특목고 정책 변화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이 밖에 학원법을 제정해 사교육비를 절감하는 데 기여했다. 같은 생각을 하는 3만5000여명의 시민들이 온라인 회원으로 동참했다. 이들 중 1만∼2만원 회비를 내는 이는 3400명 정도이다. 전국 40개 지역에서 손을 맞잡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송 대표는 이제까지 한국에서 입시 스트레스로 자살한 학생은 8000명이 넘는다고 했다. 송 대표의 사명은 명확하다. 과도한 입시교육으로 인한 부작용으로 소중한 목숨을 버리는 청소년이 없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송 대표는 2년 전부터 입시 사교육비 제로(ZERO) 7대 특별 공약 국민운동을 펴고 있다. 교사직을 그만두고 운동을 한 지 10년을 맞은 송 대표는 지난달 ‘우리는 아이들에게 모두 빚진 사람들이다’(우리학교)는 교육 에세이집을 펴냈다.
“두고 보십시오. 제가 약장사처럼, 야바위꾼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나중에 알게 될 것입니다. 사교육걱정이 펼치고 있는 7대 정책이 완성되는 2022년엔 입시 고통이 없는 세상이 펼쳐질 것입니다. 제발 크리스천 부모들부터 잘못된 선행교육 욕심에서 벗어났으면 좋겠어요.”
윤중식 기자 yunjs@kmib.co.kr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송인수 공동대표 “크리스천 부모부터 선행교육 욕심 버려야죠”
입력 2014-07-26 02:40 수정 2014-07-26 2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