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 규모로 진행됐던 ‘유병언 검거 작전’이 최악의 결과로 끝난 데는 검찰과 경찰 간 ‘불통’ 탓이 컸다. 근저에는 상대 조직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이 자리 잡고 있다. 유씨 검거 실패를 놓고 책임론이 비등해지자 검·경은 서로 남의 탓을 하는 상황마저 연출하고 있다.
실적에 눈이 멀었는지, 수사정보 누설이 두려웠는지 공조수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인천지검에서 파견한 검찰 수사관 수십명은 지난 5월 25일 전남 순천의 별장 ‘숲속의 추억’을 급습했다. 그러나 지역을 관할하는 경찰은 작전에서 배제됐고, 관련 정보도 제공되지 않았다. 결국 검찰의 단독 수색은 몇 미터 앞 벽 뒤에 있던 유씨를 찾아내지 못한 채 마무리됐다. 검찰이 경찰의 협조를 받아 주변에 포위망을 갖췄거나 수색 종료 후 별장 주변에 경찰 인력을 배치했더라면 탈출하는 유씨를 현장에서 잡을 수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24일 “경찰보다 수색 전문성이 떨어지는 검찰 수사관들이 천장과 벽 등을 두드려보는 기본 사항을 지켰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핵심 정보가 공유되지 않았다. 수색과 수사는 겉돌았다. 검찰은 지난달 26일 별장을 다시 수색해 밀실과 돈가방 2개를 발견하고도 경찰에 알리지 않았다. 유씨나 조력자들이 되돌아올 것에 대비해 ‘함정’을 파고 기다렸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지만 정보에서 소외된 경찰은 주변 검문·검색이나 경비 위주의 작전만 펼칠 수밖에 없었다.
쌓인 건 수사기관 간 불신이다. 경찰은 검찰이 지난 23일 뒤늦게 밀실의 존재를 털어놓은 경위를 미심쩍어한다. 경찰이 당일 오전 별장 압수수색영장을 신청하고 유씨가 들고 다닌 것으로 알려진 돈가방에 대한 수사 상황을 공유해 줄 것을 요청하자 검찰이 서둘러 해당 내용을 언론에 공개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한 경찰 간부는 “심한 배신감을 느낀다”고도 했다.
검찰은 경찰의 보안 수준을 믿지 못했다고 한다. 한 검찰 간부는 “피의자 추적은 밀행성이 최우선인데 경찰에 정보를 주면 30분도 안돼 외부에 공개되곤 했다”며 “제한적 정보 공유가 불가피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오히려 수사가 어그러진 뒤 ‘경찰 관계자’들이 공개적으로 검찰을 공격하려 한다며 불쾌해하고 있다. 검찰 일각에서는 인천지검이 지난 21일 유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청구한 지 몇 시간이 안돼 경찰발로 유씨 사망 확인 소식이 나온 배경을 의심하는 시각도 있다.
검·경은 유씨 추적 과정 곳곳에서 불협화음을 냈다. 순천 매실밭에서 변사체를 발견하고도 유씨임을 바로 의심하지 못하고 상부 보고조차 없었던 것 역시 불통이다. 결국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사건 앞에 협업 체계를 구축하기는커녕 조직이기주의와 불신, 불통으로 대처해 검경 모두 국민 신뢰를 잃게 됐다.
지호일 정부경 기자 blue51@kmib.co.kr
추락하는 공권력… 검경, 무능·불통·영역 지키기
입력 2014-07-25 02: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