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0재보선 서울 동작을에 출마한 새정치민주연합 기동민 후보의 사퇴는 야권 지지층 결집을 위한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기 후보는 24일 사퇴 직전까지 선거운동을 했고, 사퇴 기자회견장에도 당에서 선거운동을 위해 선물한 파란색 운동화를 신고 왔을 정도로 완주 의사가 강했다. 하지만 수도권 참패를 막기 위해선 본인의 사퇴밖에 길이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원내 126석의 제1야당인 새정치연합은 공천파동까지 겪으며 전략공천한 후보를 원내 5석밖에 안 되는 제3당에 밀려 중도 포기했다는 오명을 떠안게 됐다. 또 ‘당 대 당’ 단일화 논의가 없다고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당 대 당’ 주고받기가 될 공산이 커졌다.
◇수도권 참패 위기에 결단=기 후보는 오전까지만 해도 ‘담판 단일화’를 주장하며 정의당 노회찬 후보의 ‘여론조사 단일화’를 거부했다. 노 후보가 이날까지 단일화하지 못할 경우 자진사퇴하겠다는 의사까지 밝힌 상황이어서 몇 시간만 버티면 어쨌거나 단일 후보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오후 들어 상황이 급변했다. 기 후보는 사퇴 배경으로 “야권이 개혁된 모습으로 국민에게 비치는 것이 아니라 실망만 시키는 것 같아서 그게 가장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단일화 협상이 결렬돼 노 후보가 일방 사퇴하는 형식의 ‘아름답지 못한 단일화’로는 야당 지지층을 결집할 수 없다고 본 것이다.
재보선 수도권 참패론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새정치연합이 수도권에서 참패할 것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당 지도부 일각에서는 기 후보가 양보하는 것이 ‘야권 모두가 사는 길’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기 후보 캠프는 오전 공식 입장자료를 통해 “당 지도부의 기 후보 사퇴 종용은 사실무근”이라며 적극 반박했다. 기 후보도 기자회견에서 “지도부와의 상의는 없었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는 공식적으로 “단일화는 후보 간 알아서 할 문제”라며 선을 그으면서도 “후보 간 진정성 있는 협력은 존중한다”는 이중적 태도를 보여 왔다.
◇선거 지각 변동, 주고받기 부담도=기 후보의 전격 사퇴로 재보선 수도권 선거판 전체가 요동칠 가능성이 높다. 동작을의 경우 단일화를 하더라도 각종 여론조사에서 새누리당 나경원 후보가 10%포인트 이상 앞서고 있다. 하지만 야권 유력 후보 2명이 단일화하면서 지지층 결집 등 표심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분석도 만만찮다.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기 후보 사퇴는 재보선에서 나온 야권의 결정 중 가장 잘한 결정”이라며 “선거 결과가 15석 중 (새누리당) 8대 (새정치연합) 7 정도로 비등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지역에도 파급 효과가 예상된다. 경기 수원정(영통)에 출마한 정의당 천호선 후보의 거취에 관심이 쏠린다. 정의당은 그동안 ‘당 대 당’ 단일화를 주장해 왔는데 사실상 동작을과 수원정을 주고받자는 의미로 해석됐다. 수원정에서는 새누리당 임태희 후보가 앞서고 있지만 새정치연합 박광온 후보와 정의당 천호선 후보의 지지율을 합산할 경우 엇비슷한 결과가 나온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결과적으로는 ‘당 대 당’ 지역구 주고받기가 돼 새누리당의 거센 비난이 예상된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동작을 후보단일화에 대해 “새정치연합이 정당이기를 포기한 것”이라고 비판하면서 “결국 우리 당 나 후보가 당선될 것”이라고 했다.
임성수 최승욱 기자 joylss@kmib.co.kr
“수도권 다 죽는다” 위기감에 野 지지층 결집 고육책
입력 2014-07-25 02: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