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 사망] “시신 부패는 퇴비 효과… 목 분리는 수습과정서 발생”

입력 2014-07-25 02:51
경찰 관계자가 24일 오전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이 머물렀던 전남 순천 송치재 별장으로부터 500m 떨어진 곳에서 발견된 안경을 손으로 가리키고 있다. 경찰은 안경이 유씨의 것인지 확인작업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사망을 놓고 각종 의혹이 끊이지 않자 경찰이 적극 해명하고 나섰다. 변사체 발견 당시 부실 수사로 자초한 의혹을 수습해보려는 것이다.

안병갑 전남경찰청 수사과장과 최삼동 전남 순천경찰서장은 24일 기자간담회에서 유씨 시신이 단기간에 심하게 부패한 데 대해 “두엄(퇴비) 효과가 발생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유씨가 수북한 풀 위에서 누운 채 사망해 풀이 퇴비처럼 썩어들어가며 시신 주변이 더욱 습해져 부패가 빨랐을 수 있다는 것이다. 최 서장은 “통상 사람이 죽으면 24시간 뒤 각막이 혼탁해지고 입·코·눈에 파리 등 구더기가 발생한다. 3일쯤 지나면 배꼽과 사타구니가 변색되면서 부패가 시작되고 8일 정도면 구더기가 번데기로 변한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시신 발견 후 한 달 이상 지문을 확인하지 못하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유씨 시신이란 통보를 받고 금세 지문 대조에 성공했다. 이를 두고 불거진 조작설에 대해 최 서장은 “그동안 변사체에서 나온 불완전한 지문을 18세 이상 전 국민의 지문과 대조하느라 오래 걸렸던 것”이라며 “국과수 통보 후 시신의 오른손 새끼손가락 지문과 유씨의 것을 대조하니 큰 마디 돌기 쪽에 삼각선이 형성되며 두 지문이 일치한다는 결과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부검 당시 시신의 목과 몸통이 분리돼 있어 타살설이 제기된 데 대해선 “유씨 시신 발견 초기 사진을 보면 목과 몸통이 붙어 있는 걸 확인할 수 있다. 경찰이 시신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목과 몸통이 분리된 것”이라고 했다. 이와 함께 국과수에 뼛조각과 머리카락을 보내 감식을 의뢰했다던 발표를 정정하며 “DNA 채취가 쉬운 치아와 뼛조각을 보냈다. 발표 때 혼선이 있었다”고 말했다.

시신 주변에서 나온 스쿠알렌병 등 주요 유류품을 무시한 잘못은 인정했다. 최 서장은 “변사사건 현장에는 크든 작든 서장이나 형사과장이 직접 가서 살펴보는 게 기본”이라며 “그 부분은 정말 할 말이 없다”고 했다. 유씨 신발을 ‘와시바(waschbar)’란 명품이라고 발표한 것도 “독일어로 ‘물세탁’을 뜻하는 단어가 맞다. 잘못 발표했다”고 말했다.

순천=황인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