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경(52·사법연수원 17기·사진) 인천지검장이 24일 사퇴했다. 당대 최고의 특수통 검사도 유병언 전 세모그룸 회장 검거 실패에 따른 책임론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최 지검장은 23일 밤 김진태 검찰총장에게 전화를 걸어 사의(辭意)를 밝혔다. 김 총장은 고심 끝에 사표를 수리했다.
최 지검장은 "유씨를 살아있는 상태에서 법정에 세웠어야 하는데 100% 완수하지 못해 송구하다"고 말했다. 유씨 수사를 담당했던 인천지검 간부검사 3명도 사표를 제출했으나 반려됐다. 그는 검찰 내부 게시판에 '거악과 싸운다는 자부심 하나 갖고 전장(戰場)을 돌다 보니 어느덧 젊은 검사의 꿈과 열정은 스러지고 상처뿐인 몸에 칼날마저 무뎌진 지금이 바로 떠날 때임을 느낀다'고 소회를 적었다.
최 지검장은 이미 한상대 총장 시절인 2012년 말 '검란(檢亂)'으로 이름 붙은 파고(波高)를 한차례 겪었다. 당시 대검 중앙수사부장이던 그는 중수부 폐지 반대를 주장하며 상관인 한 총장에게 정면으로 맞섰다. 경남 산청 출신으로 대구고와 서울대 법대를 나온 그는 법무부 기조실장, 중수부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2006년 현대차 비자금 사건과 론스타 사건을 수사하며 '검찰 내 최고 칼잡이'로 불렸다. 2007년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 대선 후보의 BBK 사건을 무혐의 처리하면서 야당으로부터 '정치검사'라는 공격을 받기도 했다. 전날 정순도 전남경찰청장 직위해제에 이어 최 지검장까지 물러났지만 검·경 수뇌부 책임론은 확산될 전망이다.
정현수 기자
[유병언 사망] 檢 대표 ‘칼잡이’ 최재경 인천지검장 사퇴
입력 2014-07-25 0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