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트라우마 치유 키워드는 서로 믿고 의지하는 사회 만들기

입력 2014-07-25 02:08
국제구호기구 이스라에이드가 24일 오전 경기도 안산 안산빛나교회에서 개최한 ‘우리 프로젝트 워크숍’에서 안산 지역 교회 목회자와 사모들이 서로 손을 맞잡고 트라우마 치유 훈련을 하고 있다. 안산=강민석 선임기자

세월호 참사 100일째인 24일 오전 경기도 안산 단원구 안산빛나교회. 국제구호개발기구 굿피플이 주최하고 이스라엘 민간구호기구 이스라에이드(IsraAID)가 협력하는 ‘우리 프로젝트 워크숍’ 6주차 수업이 열렸다. 안산 지역 교회 목회자와 사모 20여명은 서로의 손을 맞잡고 둥글게 서서 원을 그리며 움직였다.

“이제 멈추고 주변을 쳐다보세요. 여러분들 눈에 보이는 것이 바로 공동체입니다.”

드라마치료사 유디트 아브라하모브씨가 외치자 참가자들은 일시에 주변을 돌아봤다. 서로의 눈이 마주치자 다들 머쓱해 하며 수줍게 웃었다. 이어 그는 둘씩 짝을 지은 뒤 손을 맞잡고 몸을 뒤로 젖히라고 주문했다. 일부 참가자가 자신뿐 아니라 상대가 뒤로 넘어지지 않도록 균형을 잡으려 안간힘을 썼다. 그러자 아브라하모브씨가 주의를 줬다. “상대를 신뢰하지 않으면 자기의 체중을 모두 손에 싣게 됩니다. 서로를 믿고 자신을 관대하게 대하세요. 스스로를 관리하지 못하면 상대를 도울 수 없습니다.”

워크숍 참가자들은 모두 세월호 피해자가 성도인 교회 목회자나 사모이거나 유가족이다. 트라우마 치유를 위해 이곳에 온 이들은 서로 손을 맞잡고 움직이거나 6∼7명씩 조를 짜 자신의 생각을 종이에 그리고 상황극으로 표현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6주 동안 이스라에이드 강사진은 ‘공동체’ ‘신뢰’ ‘회복’을 주제로 트라우마 치유 워크숍을 실시했다. 음악·미술 치료, 사이코드라마 등 다양한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했다. 자기 목숨만 챙기려는 이기심, 사회 구성원간 신뢰 부족이 세월호 참사의 원인이라는 판단에서다.

이날 워크숍은 참가자들이 무엇을 느꼈는지를 발표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세월호 참사로 아들 임요한(17)군을 잃은 김금자(안산 성문교회) 사모는 “그동안 힘들 때는 하나님에게 기도만 했는데 이곳에서 그림을 그리고 토론하면서 내 생각과 아픔을 자연스럽게 말하게 됐다”며 “같은 아픔을 가져서인지 서로의 생각을 잘 들어주고 여러 모로 배려해줘 치유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스라에이드는 10주 과정의 워크숍을 마치는 8월 이후에도 2년간 지속적으로 워크숍을 개최하며 트라우마 치유를 지원한다. 요탐 폴리저 이스라에이드 아시아지국장은 “트라우마 치료는 서로 지지해주는 사회적 구조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안산=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