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가계소득 증대를 위해 기업에 세제상 ‘채찍’과 ‘당근’을 동시에 들었다. 비정규직·자영업자 등 소외계층을 타깃으로 한 인센티브성 정책도 마련했다. 그러나 채찍은 혹독하지 않고 당근은 그리 먹음직스럽지 않아 보인다. 정부 역시 처음 도입되는 세제인 만큼 이를 통해 임금이 과연 얼마나 오를지 단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돈 안 드는 세제정책 통해 가계소득 증대 꾀해=내년부터 3년간 한시적으로 시행되는 근로소득 증대세제는 당해연도 평균임금이 최근 3년 평균 임금상승률 이상으로 증가한 모든 기업에 대해 초과분의 10%를 세액공제해 준다. 다만 대기업은 공제 비율이 5%다. 투자자의 배당소득을 늘리기 위한 배당소득 증대세제도 8월에 마련된다.
반면 기업소득 환류세제는 기업이 이익을 투자나 임금, 배당으로 쓰지 않으면 남은 부분 중 일정 부분을 법인세로 추가 과세하는 것이다. 과세 대상 이익은 내년부터 산정되지만 실제 과세는 2017∼2018년에 시행할 방침이다. 기획재정부 문창용 조세정책관은 24일 “과거 쌓아놓은 사내유보금에 대한 과세가 아니라 앞으로 발생하는 기업 이익에 대한 세금 부과”라고 말했다.
소비심리 회복과 가계부담 감소를 위해 비과세·감면도 확대된다. 올 7월부터 1년간 사용한 현금영수증, 체크카드 사용액 중 전년 같은 기간보다 증가한 금액에 대해 소득공제율이 현행 30%에서 40%로 올라간다. 올해 말 일몰이 돌아오는 신용카드 사용액에 대한 소득공제 혜택은 추가로 2년 연장된다. 고령층의 생계형 저축에 대한 이자소득 비과세 한도도 3000만원에서 4000만원으로 확대된다.
◇내 월급봉투 두툼해질 수 있을까=정부는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때 임금의 일부를 지원키로 했다. 대신 비정규직을 줄이면 탄력적인 경기 대응이 어렵다는 재계의 불만을 무마하기 위해 파견근로 제한을 대폭 완화키로 했다. 고소득 전문직 파견 대상을 대폭 늘리고 파견 사용기간 제한도 완화된다. 여태껏 금지됐던 농림어업은 연령과 상관없이 파견을 허용키로 했다.
그러나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비정규직 모두에게 정부 지원이 돌아간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정부는 지원금 총액과 지원 대상의 세부 결정 기준을 마련해 선별적으로 지원 대상을 정한다는 방침이다.
근로소득 증대세제 역시 기업의 구미를 당길 만큼 혜택이 크지 않다는 지적이다. 고용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전국 5인 이상 사업장의 평균임금 인상률은 2011년 1.0%, 2012년 5.3%, 지난해 3.9%였다. 기업은 올해 3.4%(최근 3년 평균인상률) 이상 올려야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올해 예상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8%에 불과하다. 이를 무시하고 임금을 3.4% 이상 올려도 초과분의 10%만 세액공제 대상 금액이 될 뿐이다. 실제 기업의 세 부담 감소 효과는 미미하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임금·투자·배당 실적이 미미한 기업에 대한 과세안이 기업 스스로 부담을 느낄 만큼 설계돼야 하지만 그렇지 못하다. 우선 실제 과세가 2∼3년 뒤에야 이뤄지고, 임금을 한푼도 올리지 않고 투자나 배당에 쏟아부어도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임금 부분에 별도 가중치를 두면 이를 막을 수 있지만 정부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정부 목표는 기업소득 환류세제를 통한 세수가 제로(0)가 되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이성규 선정수 기자 zhibago@kmib.co.kr
[최경환 경제팀 정책방향] 기업에 당근·채찍 동시 제시 ‘가계소득 늘리기’
입력 2014-07-25 03: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