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지반침하 논란’ 제2롯데월드 안전용역 유찰

입력 2014-07-25 02:08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의 수위 저하와 제2롯데월드 공사의 연관성을 밝혀내기 위해 서울시가 발주한 연구용역이 최근 유찰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시 발주 연구용역 등록마감 시한인 21일까지 제안서를 제출한 기관은 한국농어촌공사 1곳뿐이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24일 “연구용역 입찰을 재공고할 예정”이라며 “재공고 등록마감이 다음 달 초임을 감안하면 용역 발주에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시 발주 연구용역은 송파구청이 발주한 용역만으로는 석촌호수의 물빠짐 현상과 지반침하(싱크홀) 원인을 밝혀내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였다. 때문에 서울시 연구용역이 늦어지거나 무산될 경우 지반 침하 등 안전진단 연구는 롯데 측이 의뢰한 용역만 남게 된다. 공정성 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서울시는 당초 입찰 과정에서 지하수 흐름을 전문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지하수전문기관 참여를 명시했다. 객관적이고 공정한 결과를 도출하겠다는 취지였다. 현행 지하수법상 지하수전문기관은 농어촌공사를 포함해 한국건설기술연구원, 한국수자원공사, 한국광물자원공사,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한국환경공단, 한국지하수지열협회 등 7개 기관이다.

국민일보가 7개 기관에 확인한 결과 대부분 연구기관은 서울시 용역 입찰에 난색을 표시했다. 한 기관의 연구담당자는 “석촌호수 수위 저하나 지반 침하와 관련해 여론의 관심이 집중된 상황 아니냐”며 “논란의 핵심이 되는 연구과제를 맡는 것은 상당한 부담”이라고 말했다. 서울시가 여론의 부담을 상쇄할 수 있는 ‘당근책’을 제대로 제시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연구할 과제는 많은데 서울시가 제시한 연구용역비는 2억원도 되지 않는다”며 “전문기관들이 연구용역 입찰에 참여할 이유가 별로 없다”고 꼬집었다. 지하수 관련 연구담당자 사이에서는 서울시가 연구수행 과정에서 보고 등의 명목으로 지나치게 간섭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고 한다.

서울시 연구용역이 차질을 빚으면서 석촌호수 수위 저하 원인을 명확하게 밝혀낼 가능성도 그만큼 줄어들고 있다. 앞서 송파구청이 발주한 연구용역은 석촌호수의 조경 관련 기본계획에 초점을 맞춘 데다 롯데 측의 지원으로 진행되고 있다. 롯데 측은 이와 별도로 지난 13일 영국 엔지니어링 업체와 한국지반공학회에 제2롯데월드와 주변 지역에 대한 안전진단을 맡긴 바 있다.

지난 23일 밤 송파구 신천동 송파구청 인근 삼거리에서도 땅이 푹 꺼지면서 지름 50㎝, 깊이 20㎝가량의 구덩이가 생겼다. 석촌호수 동호 입구 옆 도로다. 크기 역시 지난달 29일 방이동 먹자골목 이면도로에서 발생한 싱크홀과 비슷하다. 송파구청은 “싱크홀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구청 관계자는 “지난달부터 시작된 하수관 공사 과정에서 다짐작업이 불량해 발생한 것”이라며 “빈틈으로 토사가 쓸려 내려가 지반이 내려앉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