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화끈한 경기부양책을 내놨다. 하반기 중 기금증액 등을 통해 추가경정예산(추경)에 버금가는 12조원의 재정을 투입하고, 정책금융·외환·한국은행 금융중개지원 대출 확대 등을 통한 29조원 등 모두 41조원을 풀기로 했다. 부동산 시장 활성화를 위해 LTV(주택담보인정비율)와 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를 완화하고 기업의 임금인상·배당·투자를 유인해 가계소득을 늘리기 위한 세제 당근과 채찍도 내놨다. 재정·금융·세제·규제개혁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무기력한 한국경제호의 엔진을 다시 힘차게 돌리겠다는 구상이다.
최 부총리는 24일 “이번 대책이 없다면 올해 성장률이 3.7%보다 낮게 갈 수 있다고 본다”며 “확실한 효과가 나타날 때까지 거시경제정책을 확장적으로 운용하겠다”고 말했다. 우리 경제가 이대로 가다가는 저성장, 저물가, 과도한 경상수지 흑자 등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따라갈 수 있어 ‘강력한 한 방’이 필요하다는 최 부총리의 진단에 공감한다. 기업에 쌓여 있는 돈을 가계로 흘러가도록 하고 비정규직 처우개선 등 실질적으로 가계지갑을 두둑히 해서 내수를 살리겠다는 처방도 옳다고 본다.
우리 경제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29조원에 달하는 슈퍼 추경 덕분에 2010년 6.5% 반짝 성장을 한 뒤 몇 년째 내리막을 걷고 있다. 지난해 현오석 경제팀이 17조3000억원의 추경과 금리 인하를 통해 경기부양에 나섰지만 세월호 참사 이후 내수 부진이 심해지고 환율마저 급락하면서 사면초가에 놓여 있다.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6%에 그치면서 7분기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진 것은 경제 상황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2017년부터 생산가능인구가 줄고, 2016년 총선이 있는 것을 고려하면 우리 경제에 골든타임은 2년 밖에 남지 않았다.
다만 문제는 ‘빚 내서 쓰고 난 뒤 경제가 좋아지면 갚겠다’는 최경환표 단기 처방전이 나라 곳간만 축내고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국가채무 비율이 GDP 대비 33.8%로 여력이 있다고 하지만 부채증가 속도와 500조원이 넘은 공기업 부채를 감안하면 안심할 상황이 아니다. 올해도 10조원 안팎의 세수 부족이 예상되는데 펑펑 쓰기만 하다가는 남유럽 국가들처럼 재정위기를 겪지 말란 보장이 없다. 불요불급한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등에 헛돈을 쓰는 일은 없어야 한다.
관건은 경제 주체인 기업과 가계가 움직여야 한다. 정부가 풀기로 한 41조원 중 29조원의 금융 지원은 기업들이 빌려가야 하는 돈이다. 기업이 투자에 나서지 않고, 가계가 지갑을 열지 않으면 이번 대책은 말짱 도루묵이다. 기업 투자를 이끌어내는 정공법은 규제완화다. 10여년째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는 서비스산업 등 빗장을 풀어 기업들이 투자할 곳을 열어줘야 한다. 최경환 경제팀의 어깨가 무겁다.
[사설] 시장에서 실제로 작동하는 정책이라야
입력 2014-07-25 02: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