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극장가 흥행전쟁을 벌이는 영화는 ‘군도: 민란의 시대’ ‘명량’ ‘해적: 바다로 간 산적’ ‘해무’ 등 4편이다. ‘군도’ ‘명량’ ‘해무’의 주인공은 전부 남자배우. 여배우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작품은 ‘해적’이 유일하다. 예쁘고 귀여운 여주인공이 아니다. 하늘을 날아다니는 와이어 액션을 선보이고 남자들과 칼싸움을 하는 등 카리스마가 예사롭지 않다.
‘해적’은 명나라로부터 하사받은 조선 국새를 고래가 삼켜버리자 혼란에 빠진 조정과 이를 찾는 해적과 산적, 그리고 개국세력이 벌이는 바다 위에서의 통쾌한 대격전을 그린 액션 어드벤처 영화다. 남자들 틈바구니에서 강렬한 눈빛과 위엄을 드러내는 해적 여월을 손예진(32)이 연기했다. 개봉(8월 6일)을 앞두고 홍보에 나선 그를 24일 서울 종로구 삼청로 한 카페에서 만났다.
“줄도 타고 칼도 휘두르고 그러던데 다친 곳은 없나?”라는 질문에 그는 “부러지거나 찢어진 곳은 없지만 너무 힘들어서 근육통이 생기는 바람에 열흘 정도 촬영을 못했다”고 답했다. “액션 사극은 처음인데 초반에는 적응을 못해 고생했어요. 계속 하다보니 어느 정도 습득이 돼 ‘액션이 이런 거구나’하는 느낌이 왔어요. 무엇보다 한겨울의 수중촬영이라 너무 추워 혼났어요.”
혹독한 추위 속에 머리카락을 바람에 날리기 위해 강풍기까지 틀어놓다 보니 온몸이 얼어붙을 정도였다고 엄살을 떨었다. “옷을 두껍게 입을 수 없으니 랩으로 온몸을 감싸고 수중촬영에 임했어요. 오랜 시간 서 있으니 다리에 쥐가 나기 일쑤였고요. 대사 중에 계속 입김이 나서 얼음을 물고 있기도 했어요. 코로 숨을 쉬어도 하얀 김이 나오니 ‘최대한 숨을 쉬지 말자’고 마음먹었다니까요.”
국새를 두고 좌충우돌하는 과정에서 코믹한 장면이 꽤 나온다. 그러나 손예진은 사뭇 진지한 캐릭터를 시종 유지한다. 감정선을 조정하는 게 쉽지는 않았을 것 같다. “유해진과 박철민 선배는 입만 벙긋해도 웃음이 나잖아요. 그런데 저는 부하들에게 무게감 있는 목소리로 명령을 내려야 하니까 웃을 일이 별로 없죠. 각자 맡은 역할이 있는데 다 웃기려고 했다면 배가 산으로 갔겠죠.”
그는 산적 장사정 역을 맡은 김남길과 함께 쇠고랑으로 손이 묶이는 신세가 된다. 급한 볼일이 있을 때 둘이 바다에 들어가 해결한다. 이 장면에서 관객들의 웃음이 터져 나온다. “사실 반응이 있을 거라고 생각 못했는데 의외로 재미있어 하더라고요. 자칫 잘못하면 유치해질 수도 있는데 말이죠. 바다에서 치열하게 살아온 여월의 인간적인 면을 드러낸 대목이에요.”
국새를 삼켜버린 고래는 옛날에 그물에 사로잡혔을 때 어린 여월이 풀어준 적이 있다. 손예진은 컴퓨터그래픽(CG)의 고래와 교감을 나누는 장면을 연기한다. “실제 고래가 있었다면 잡혀 죽었겠지만 진짜 고래가 있다고 생각하고 모형 시뮬레이션을 거쳐 연기했는데 신비스럽게 나온 것 같아요. 할리우드 영화의 CG에 비해 부족할 수도 있지만 가짜 같다는 느낌은 아니거든요.”
‘클래식’ ‘내 머리 속의 지우개’ ‘작업의 정석’ ‘공범’ 등 다양한 장르의 영화에 출연한 그는 ‘홈런 대박’은 없지만 출연작마다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타율 여왕’이라는 얘기를 듣는다. 그는 “매번 최선을 다한다는 각오를 다지지만 운도 좋았다”며 “이번 영화는 600만명이 분기점인데 갈수록 책임감이 커져 중압감이 드는 게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20대 초반에 데뷔해 30대 초반의 베테랑 배우가 된 그의 향후 계획은? “학교 다닐 땐 친한 친구끼리만 친하고 사교적이지 못했어요. 20대가 지나고 30대가 되니 마음이 많이 편해졌어요. 연기하는 사람들과 교류도 많아졌고요. 여행도 좋아하고 성격이 진취적으로 바뀌었죠. 앞으로 이중적인 캐릭터를 지닌 연기를 해보고 싶어요. 진지한 무술영화도 좋고요.”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
영화 ‘해적: 바다로 간 산적’ 개봉 앞둔 손예진 “한겨울 액션 연기 콧김 펄펄”
입력 2014-07-25 03:09 수정 2014-07-25 14: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