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는 지난 23일 의성군 비안면 한 돼지농장에서 접수된 구제역 의심 신고와 관련, 정밀검사를 의뢰한 결과 검사 대상 3마리 중 1마리에서 양성 판정이 나왔다고 24일 밝혔다.
이는 2011년 4월 21일 경북 영천에서 구제역이 마지막으로 발생한 지 3년3개월여 만이다.
구제역이 발생한 의성군 비안면 장춘리 양돈농가 인근 주민들은 “가을도 아닌 삼복더위에 구제역이라니 이런 날벼락이 어디 있느냐”며 허탈한 모습이었다. 낮 기온이 35도를 육박하는 무더위 속에서 구제역이 발생한 것은 이례적이다.
구제역이 확인된 농장은 장춘리 골짜기에 자리 잡고 있다. 중앙고속도로에서 직선거리로 7㎞ 떨어진 곳이다.
마을주민 심점도(78) 할머니는 “말로만 듣던 구제역이 우리 마을에서 발생했다니 믿어지지가 않는다”면서 “구제역이 소에게도 전염될 수 있다고 하는 바람에 가축 기르는 사람들은 밤새 뜬눈으로 지새웠다”고 걱정했다.
다른 주민 김상수(69)씨는 “쇠고기나 돼지고기 수입이 늘어날 것이 뻔하고 그렇게 되면 가뜩이나 어려운 지역 양돈·축산농가는 더 힘들어질 것”이라며 “방역 당국이 원인을 철저히 규명해서 더 확산되는 일이 없도록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방역 당국은 오전 7시부터 중장비를 동원해 매몰지 구덩이 파기에 나섰지만 주민들의 반대로 곧 중단됐다. 당초 매몰지는 농장에서 직선거리로 200m 떨어진 과수원이었지만 ‘일반매몰방식은 침출수 때문에 안 된다’며 인근 주민들이 강하게 반대해 농장 안으로 변경됐다.
매몰 작업 역시 일반매몰에서 HDPE(고밀도 폴리에틸) 매몰방식으로 변경됐다. HDPE 방식은 침출수 발생을 효과적으로 줄이는 대신 비용이 많이 드는 단점이 있다.
방역 당국은 의심증상을 보인 돼지 200여 마리를 우선 살처분했다. 현장 확인 결과 2개 돈사, 400여 마리도 발톱이 빠지거나 수포가 생기는 등 구제역 증상을 보여 추가로 살처분했다. 방역 당국은 오후 늦게까지 인력 35명과 장비 3대를 동원했다. 다른 3개 돈사 900여 마리는 별다른 증상을 보이지 않은 점으로 미뤄 이번 구제역 사태가 예방접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방역 당국은 해당 농장 인근에 4개의 방역검문소를 설치하고 24시간 운영할 계획이다. 구제역 발생지 반경 3㎞ 이내 가축에 대한 백신접종과 예찰을 강화키로 했다.
이번 구제역 발생으로 우리나라는 지난 5월 24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82차 세계동물보건기구 총회에서 부여받았던 청정국 지위를 불과 2개월 만에 상실하게 됐다.
의성=김재산 기자 jskimkb@kmib.co.kr
[르포] “한여름에 날벼락” 탄식하는 양돈농
입력 2014-07-25 03: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