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직격 인터뷰] 전석운 사회부장이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을 만나다

입력 2014-07-25 02:39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지난 22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부모의 경제력 격차가 자녀의 학력 격차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방치하면 장기적으로 국가발전과 사회통합을 해친다”고 강조했다. 김태형 선임기자

자사고는 원칙적으로 모두 일반고로 전환돼야 한다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생각은 분명했다. 전교조 교사 징계에 대해서는 단어 선택을 신중히 할 정도로 자신의 입장을 밝히는데 조심스러웠지만 자사고에 대해서는 거침이 없었다. 조희연 교육감은 지난 22일 서울시교육청 집무실에서 가진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평가 대상인 14개 자사고가 모두 탈락 기준에 근접해 있다고 밝혔다. 다만 '전면 취소'냐 '선별 취소'냐를 두고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자사고 진학을 준비해온 학생들이 입게 될 피해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올해 평가 대상이 아닌 학교를 포함해 생존하는 자사고의 경우 면접 선발권을 없애고 '선(先)지원-후(後)추첨' 방식을 도입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전교조 미복귀 교사들에 대한 징계에 대해서는 "충분히 시간을 두고 처리할 것"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자사고 폐지·축소에 대한 반발이 많다.

“자사고 법적 제도 자체를 폐지할 권한은 교육감에게 없다. 교육감에게는 5년마다 돌아오는 운영평가를 통해 문제 있는 자사고에 대해 연장해주지 않거나 지정 취소하는 권한만 있을 뿐이다. 내가 주목하는 것은 자사고가 일반고를 황폐화시키고 고교 교육을 왜곡시키는 문제가 있다는 점이다. 기존 자사고는 고교 다양화라는 설립 목적으로부터 현저히 이탈해 있다. 주로 입시 명문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목적에 치중하고 있다. 자사고 문제는 일반고 정상화를 위해서도 중요한 문제다.

교장들 반발뿐 아니라 자사고를 준비했던 수험생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점도 알고 있다. 하지만 기존 자사고들은 구(舊) 명문고가 많기 때문에 선발 효과에 기대지 말고 다양한 교육과정을 운영하면 된다. 예를 들어 동성고는 종교교육을 특성화 교육으로 가져가거나 하는 방식이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

“공교육 영향평가(자사고가 주변 일반고에 미친 영향)에 기초해 볼 때 14개 학교 전체가 탈락 기준에 근접해 있다. 14개 전체를 ‘전면 취소’ 할지, 아니면 ‘선별 취소’ 할지를 두고 고민 중이다. 또 수험생의 혼란을 고려해 자사고 평가 발표를 다음달 13일(2015년도 전형요강 확정 마감일) 이후로 미뤄 2016년부터 적용할지도 고민하고 있다.

전형 방법을 변경하는 것도 방법이다. 지난해 교육부는 성적 커트라인을 없애는 식으로 자사고의 전형 방법을 바꾸려 했었다. 학부모 반발이 거세지니까 정원의 1.5배수를 대상으로 면접을 실시하는 방식으로 선회했다. 하지만 면접은 사실상 우수 학생을 독점하는 수단이다. 면접권을 취소해 선(先)지원-후(後)추첨 방식을 도입하려고 한다. 수직적 다양화에서 수평적 다양화 정책을 펼 것이다.”

-추첨제를 실시하면 비싼 등록금을 내고 자녀를 보낼 학부모가 있을까.

“자사고가 성적우수 학생들을 선점해 대학입시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방식으로 입시 명문학교가 되겠다는 발상은 곤란하다. 교육과정이 우수하고 뛰어난 교사들이 있으면 학생들이 지원할 수 있지 않겠나.”

-입시 비리가 적발된 영훈 중학교의 국제중 재지정 여부에 대한 입장은.

“비리가 있는 국제중에 대해서는 지정 취소까지 포함해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겠다는 입장이다. 영훈중의 경우 엄청난 입시 비리를 저질렀고 취소 사유가 충분한 학교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비리 발생 이후 법이 만들어져 소급 적용을 할 수는 없다는 어려움도 있다. 현재로서는 적절한 관리감독을 통해 바꿔나갈 생각이다.”

-교육부가 전교조 미복귀 교사를 직권면직하라고 통보했는데.

“교사를 해직하는 것은 한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이 너무 크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하려 한다. 전교조는 법외노조화에 반대함에도 불구하고 38명이 복귀했다. 이 정도면 전교조도 성의 있는 태도를 보인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교육부도 법원 판결이 나올 때까지 지켜보면 학교 현장의 혼란이나 사회적 갈등은 막을 수 있지 않을까.”

-전교조 합법화 사회기구를 추진하겠다고 했는데 전교조 합법화의 조건은 무엇인가.

“이명박정부 때는 관행적으로 (전교조를) 인정하는 전략을 취했다고 본다. 박근혜정부도 전교조에 굳이 동의하지 않는다 할지라도 이명박정부 때 정도의 관행을 인정하는 정도로 가도 무방하지 않는가 생각한다.”

-전임 문용린 교육감은 혁신학교를 ‘성과 없는 특혜 학교’라며 예산을 삭감했다. 조 교육감은 예산을 늘리고 대상 학교를 확대하겠다고 했다.

“서울형 혁신학교의 경우 자발성, 자율성, 소통과 공감의 문화, 학교 구성원의 민주적이고 평등한 눈높이 등을 추구하고 있다. 이는 학교가 지향해야 할 혁신이며 우리 교육이 나아가야 할 목표이기도 하다. ‘혁신학교 시즌 2’는 ‘혁신미래교육’으로 표현하려 한다. 혁신학교 숫자도 늘려 다른 학교에 자극을 주고, 서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해마다 7만명 안팎의 초·중·고교생들이 학교를 그만두고 있다. 자퇴생과 학교 부적응 아이들이 늘고 있는 원인은 무엇인가.

“학교 부적응 문제는 사회경제적 요인도 중요하다. 교육의 영향도 크다. 아직 우리 학교가 다양한 취향과 개성·소질을 지닌 학생을 골고루 돌보고 길러낼 수 있는 수준에 못 미치기 때문이다. 통계를 보면 위기학생 발생 원인은 학업 문제가 가장 크고 가사 문제, 학교규칙, 대인관계 순으로 나타난다. 학습 부진 학생 지원을 위한 보조교사, 전문 상담사가 더 많이 배치되어야 한다. 또 정규 학교와 다른 대안학교에 위탁교육 기회를 확대하는 것도 대책이 될 수 있다. ‘학교 밖 청소년’ 지원을 위한 쉼터, 돌봄센터, 사회적 배움을 위한 공간 등도 교육부와 서울시 등과 협력해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당선 전 교육비상원탁회의 운영위원장을 지내면서 서울대 폐지와 국립대 통합 등 대학체제 개편 논의를 주도했다. 현재 입장은.

“대학서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은 여전히 갖고 있다. 다만 대학 서열은 교육감의 제도적 권한과 행정 범위를 벗어난 것이기 때문에 초중등 교육과의 관계 설정을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생각한다. 대학서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상 초중등 교육이 영원히 대입에 종속된 채 입시경쟁 교육으로 전락할 것이다.”

-정부는 한국사 국정교과서 의지가 강하다. ‘대안적 역사교과서’를 개발하겠다고 했는데.

“국정교과서를 만들자는 주장은 역사를 70년대로 거꾸로 되돌리자는 주장이다. 대안적 역사교과서 개발은 큰 파동과 국민적 반감을 샀던 교학사의 교과서나 뉴라이트 역사교과서에 친일과 독재를 미화하는 내용이 있다. 그런 시각을 바로잡으려 한다.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닫힌 민족주의와 협소한 국가주의, 편향된 이념을 뛰어넘어 열린 세계 속에서 미래지향적인 공동체 정신을 기를 수 있는 건강한 시각의 역사교과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조희연은 누구… 민교협·참여연대 이끈 진보학자·실천적 지식인

선거운동 기간 내내 낮은 인지도 때문에 '3등 후보' 였다. 지지율 한 자릿수에서 시작해 득표율 40%로 막판 역전극을 펼치며 서울 교육 수장에 오른 그는 취임 이후 모든 학생들에게 교육으로 '사다리'를 놓아주겠다고 했다.

조 교육감은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평등' '기회'를 자주 언급했다. '태어난 집은 달라도 배우는 교육은 같아야 한다'는 슬로건을 서울 교육의 핵심 목표로 삼은 그는 "자율성과 수월성 교육을 모든 학생에게 동등하게 구현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 교육감은 대표적 진보 학자이자 실천적 지식인의 대표주자로 꼽힌다. 성공회대 설립에 앞장섰고 줄곧 이 대학 교수로 강단에 섰다. 민주화교수협의회 대표를 맡았으며 참여연대 설립에도 주도적으로 참여해 초대 사무처장으로 일했다.

그는 1956년 10월 전라북도 정읍에서 태어나 독실한 기독교 집안에서 자랐다. 다섯 형제 중 두 형이 목사다. 사회비판적인 문제의식을 갖게 된 계기도 중앙고 재학 시절 '겨자씨'라는 복음주의적 크리스천 모임에서였다. 대학 시절에는 활발한 사회 활동을 벌였던 경동교회에 다니면서 사회 비판의식을 키워나갔다.

유신시절인 1975년 서울대 사회학과에 입학했고 유신 시절 '긴급조치 9호' 위반으로 1년간 옥고를 치렀다. 1990년대 말 고(故) 박현채 교수와 '한국사회구성체논쟁'을 정리하면서 이른바 '사구체 논쟁'을 이끌었고 진보적 학문 연구의 흐름을 열었다.

전석운 사회부장 swc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