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동부지역을 장악하고 있는 친(親)러시아 분리주의 반군 지도자가 말레이시아항공 여객기 격추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부크 미사일을 반군이 보유했었다고 밝혀 파문이 예상된다. 반군 측은 그동안 부크 미사일 보유 사실을 부인해 왔다.
반군 보스토크 대대를 이끄는 알렉산드르 호다코프스키는 23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부크 미사일 한 기가 루간스크에서 도네츠크로 옮겨지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루간스크는 말레이시아 여객기가 피격돼 추락한 도네츠크에 바로 옆에 인접해 있다. 이 두 지역의 친러 반군들은 지난 3월 각각 ‘루간스크인민공화국’과 ‘도네츠크인민공화국’을 선포했다. 도네츠크 소속 반군 대대장인 호다코프스키는 최근 도네츠크인민공화국 지도자 이고르 기르킨과 갈등을 빚어왔다.
호다코프스키는 러시아가 부크 미사일을 제공했는지에 대해선 “말할 수 없다”면서도 “러시아가 두 지역에 대한 주도권을 사실상 갖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자신이 이끄는 부대는 부크 미사일을 보유한 적이 없으며 다른 부대에서 사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미국은 호다코프스키의 발언에 반색하며 러시아를 압박하고 나섰다. 반군에 대한 무기 공급이 입증될수록 한층 강력한 제재를 러시아에 가할 수 있어서다. 에일린 라이네스 미 국방부 대변인은 “반군이 러시아로부터 무기를 제공받고 훈련을 지원받고 있다는 사실이 입증된 것”이라고 말했다. 벤 로즈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도 “러시아에 대한 압력을 단계적으로 높일 필요가 생겼다”고 강조했다.
말레이시아 여객기의 블랙박스(음성기록장치)는 다행히 온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제조사단을 이끄는 네덜란드안전위원회는 “블랙박스 겉면이 손상되긴 했으나 핵심 정보가 들어 있는 기억장치모듈은 조작된 흔적이 없다”며 “정보를 성공적으로 내려받았고 추가 분석과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음성기록장치 조사는 영국 항공조사국(AAIB)이 주도적으로 진행하고 있으며 조만간 비행기록장치에 대한 조사도 시작할 예정이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
우크라 반군 지도자 “부크 미사일 보유” 인정
입력 2014-07-25 0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