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나도 ‘기업가 정신’을 말한다. 올해 초 박근혜 대통령이 다보스 포럼에서 기업가 정신을 강조한데 이어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취임 이후 국무회의, 경제 5단체장 간담회에서 연일 “(재계는) 왕성한 기업가 정신으로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와 대한상공회의소가 24일부터 각각 강원도 용평과 제주에서 연 하계 포럼의 공통 키워드도 기업가 정신이다.
기업가의 개념을 처음 정의한 인물은 오스트리아 출신 경제학자 슘페터다. 그는 기업가를 ‘현재에 만족하지 않고 실패의 위험을 무릅쓰는 사람. 소유와 관리의 주체가 아니라 미래에 도전하는 창조적 파괴를 통해 끊임없이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는 혁신가’라고 규정했다. 기업가 정신의 핵심은 새로운 경제적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이란 의미다. 요즘에는 인재 양성, 공정한 경쟁, 근로자 후생복지 증대, 사회적 책임의식까지 기업가가 지녀야 할 정신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 기업가는 이미 존재하는 경제적 가치를 자신의 소유로 만드는 가치 획득에 초점을 둔 재력가와 구별된다. 재력가는 자신만 부자가 되지만 기업가는 사회 전체에 풍요를 확산시킨다. 쉼 없이 진화하고 발전하는 기업가가 많은 사회일수록 역동적으로 성장한다.
아쉽게도 우리 주변에 이 정신을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기업가들이 많지 않다. 어려운 환경을 헤치면서 기업을 키우려는 옹골찬 의지, 미래의 불확실성 속에서도 적극적으로 혁신에 나서려는 투지를 보이는 기업가들이 잘 눈에 띄지 않는다. 재계는 창업자의 2∼3세들이 주력 경영군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이들에게 창조적 파괴자로서의 기업가는 잘 목격되지 않는다. 현실에 안주하며 자신이 부를 증폭시키려는 재력가의 모습이 대부분이다. 세습자본주의가 강화된 우리 사회에서 슘페터가 역설한 기업가 정신이 발현된 사례를 찾기 어려운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최경환 부총리가 24일 새 경제팀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했다. 경제를 반드시 살리고야 말겠다는 결연함을 드러냈다. 대통령도 최 경제팀에 무게를 실었다. 국민들도 기대하는 분위기다. 침체 일로의 경제를 더 두고 볼 수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미국의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는 저서 ‘기업가 정신’에서 “기업가 정신만이 경제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핵심 요소”라고 설파했다. 정부와 국민들의 외침에 이제 기업가들이 화답할 차례다.
정진영 논설위원 jyjung@kmib.co.kr
[한마당-정진영] 기업가 정신
입력 2014-07-25 02:15 수정 2014-07-25 18: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