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탄할 노릇이다.” 인천지검 특별수사팀장인 김회종 2차장이 지난 5월 25일 전남 순천 별장을 수색할 때 별장 비밀공간에 숨어 있던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을 찾지 못했다고 뒤늦게 발표하면서 23일 한탄한 말이다. 하지만 정말로 통탄할 사람들은 따로 있다. 바로 국민들이다. 유씨의 어이없는 죽음을 통해 드러난 검찰과 경찰의 총체적 부실과 무능을 보면서 국민들은 또 한번 분노하고 있다. 과연 피 같은 세금을 내가며 대한민국의 안녕과 질서를 이들에게 맡겨도 되는 것이냐는 근본적 회의를 품고 있는 것이다.
검찰은 순천 별장을 수색한 한 달 뒤인 6월 26일 여비서 신모씨의 진술을 확보해 별장을 다시 덮쳤지만 현금 8억3000만원과 미화 16만 달러가 든 여행가방만 찾는 데 그쳤다. 한 달 전 수색할 때 비밀공간에 피신했던 유씨가 그때까지 있을 리 만무했다. 검찰의 치명적인 실수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검찰은 유씨의 운전기사 양회정씨가 별장 인근 수련원에서 자고 있었지만 문이 잠겨 있다는 이유로 수색조차 하지 않았다. 수련원 앞에 양씨 소유의 수배 차량이 주차돼 있었는데도 말이다. 검찰은 지금까지 이 사실들을 숨겨오다 23일에야 공개했다. 이렇게 수사를 엉터리로 하고도 유씨를 검거하겠다고 최근까지 큰소리를 쳤으니 어이가 없다.
경찰의 헛발질도 검찰 못지않다. 경찰은 유씨의 시신이 발견됐는데도 이를 알아내지 못해 이미 숨진 유씨를 잡겠다고 40일 넘게 대대적인 검거 작전에 수사력을 낭비하게 했다. 경찰은 명품 옷에 금니 10개, 유씨의 저서 문구 등 수많은 단서가 널려 있는데도 불구하고 유씨와의 관련성은 전혀 생각지 않고 단순 변사체로 처리하는 난맥상을 보여줬다.
서로에 대한 오랜 불신으로 이 두 기관은 정보 공유나 협조 체제도 제대로 구축하지 않아 유씨 검거 기회를 거푸 놓쳤다. 검찰과 경찰은 서로 “정보를 주지 않는다”며 ‘네 탓’ 공방만 하고 있다. 총체적 부실 수사에 검·경이 ‘장군 멍군’을 부른 꼴이다.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검찰과 경찰은 문책을 시작했다. 대검 감찰본부는 김진태 검찰총장의 지시에 따라 순천지청의 업무 처리상 문제가 없는지 감찰에 들어갔고, 경찰청도 정순도 전남지방경찰청장과 우형호 순천경찰서장을 직위해제했다. 특수통 최재경 인천지검장은 24일 사의를 표명했다.
하지만 참사 수준인 검·경의 부실 수사에 대한 책임을 이 정도 선에서 끝내서는 안 된다. 헛발질 수사에 대한 진상을 낱낱이 규명하고 그에 대한 잘못을 물어야 한다. 검·경 간 공조가 제대로 안 된 부분 등 지휘부의 안이함에 대해서도 문책이 따라야 한다. 그리고 자기 책임을 스스로 인정하고 국민에게 용서를 구해야 한다. 이것이 추락할 대로 추락한 공권력이 그나마 사는 길이다.
[사설] 검·경 신뢰 회복해야 후속수사에 힘 실린다
입력 2014-07-25 02: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