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핀 김 칼럼] 아버지가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

입력 2014-07-26 02:21

한 교회 청소년들에게 질문한 적이 있었다. “하나님은 여러분을 어떻게 생각하실까요?” 학생들의 표정이 어두워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한숨을 크게 쉬는 학생도 있었다. 고개를 숙인 채 한 명씩 답을 이어갔다. “2% 부족하다고 하실 것 같아요.” “게으르다고 하시겠죠.” “너는 무엇을 해도 안 되는 아이야.”…. 한 학생은 눈도 마주치지 못한 채 말했다. “생각만 해도 끔찍해요. 너무 부정적이라. 제 이름이 있는 것 같은데, 이름이 무엇인지 잊어버렸어요. 하나님은 제 이름을 아실까요?” 도대체 이게 무슨 말일까 하고 조용히 설명을 기다렸다. “저는 오래전부터 세 글자로만 불려져서 제 이름이 ‘나쁜 놈’ ‘망할 놈’인 줄만 알았어요. 선생님, 그래도 하나님은 제 본명으로 저를 불러주시겠죠?”

마음이 아파왔다. 왜 학생들은 사랑의 하나님을 ‘심판의 하나님’ ‘불만의 하나님’ ‘만족시키지 못하는 하나님’으로 느끼는 걸까. ‘나를 언제나 사랑해주시는 하나님’보다 ‘나를 못마땅해 하는 하나님’은 학생들에게 스트레스로 다가오는 분이었다. 그 이유는 여기에 있었다. 아버지는 자녀가 보고 느끼는 하나님의 첫 인상이기 때문이다. 아버지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하나님은 자상하고 은혜로운 분일 수도 있고, 저주와 비판의 심판자일 수도 있다.

우리나라에서 자녀를 성공적으로 키우려면 세 가지 조건을 갖추어야 한다는 소문이 있다. 할아버지의 재력, 엄마의 정보력 그리고 아버지의 무관심. 아버지의 잘못된 관심은 필요 없다는 뜻이다. 평소에 자녀와 아무 관계없이 지내다가 갑자기 나타나서 “너 반에서 20등 했다며?” 꿀밤을 먹이는 아픈 관심. “어제 네 생일이었다며? 이거 가지고 친구들이랑 밥 사먹어”라며 한발 늦은 의무적인 관심은 필요 없다는 말이다.

성경에서 볼 수 있는 하나님 아버지는 ‘1 > 99’라고 표현할 수 있는 분이다. 수학적으로 보면 말도 안 되지만 하나님의 원리에는 정확한 표현이다. 99명보다 한 영혼인 나를 귀하게 여기시는 하나님 아버지이시기에 그렇다. 그리고 자녀 된 우리와 일대일로 동행하는 분이시기에 나에게 시간을 투자하시는 하나님 아버지시다.

자녀와 관계를 쌓기 위해서는 나 자신, 곧 내 시간을 아이에게 투자해야 한다. 자녀교육 세미나를 통해 시간 투자의 중요성을 배우고 간 한 아버지가 찾아와서는 자랑스럽게 말했다. “어제 아들과 2시간을 같이 보냈습니다.” 아주 뿌듯해 하는 아버지에게 2시간 동안 무엇을 했는지 물었다. 아들과 나란히 앉아 텔레비전만 2시간 봤다는 것이다.

같은 공간에 있는 것도 좋지만 이왕이면 남자 아이들은 ‘side-to-side’ 활동을 하면서 대화를 하는 게 효과적이다. 즉 농구나 축구, 보드게임을 한다든지 함께 야구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가는 것이다. 여자 아이들은 ‘face-to-face’ 대화를 하면서 시간을 투자하면 좋다. 간단한 다과를 차려놓고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하는 것으로도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 이때 친구를 초대해 ‘아빠-딸-친구’로 관계 맺기를 시작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시간 투자를 할 때 아버지가 자녀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소중한 선물이 있다. 하루에 한번씩만 그 선물을 전달했으면 한다. 아버지가 자녀와 함께 목소리 높여 기도해 주는 것이다. 한 아버지는 자녀가 태어난 날부터 매일 아이가 잠들기 전 머리에 손을 얹어 목소리를 높여 축복기도를 해줬다. 그 아이가 여덟 살쯤 됐을 때 말했다. “아빠, 난 죽어도 결혼 안 할거예요.” 갑작스러운 아이의 말에 아버지가 놀라 물었다. 아이는 “결혼하면 아빠가 밤마다 기도해주지 못하잖아요. 난 매일매일 아빠가 기도해주는 게 최고로 좋아요”라고 답했다. 다음날 이 아이가 혼자서 기도하고 있는 내용을 아버지가 우연히 듣게 됐다. “하나님, 제가 커서 우리 아빠 같은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자녀의 기도를 들은 아버지 역시 그날부터 새로운 기도를 드렸다. “하나님, 제가 아들이 닮을 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완벽하지는 못해도, 시간이 많지 않아도 하루에 한번씩 아이 머리 위에 손 얹고 기도해주면 어떨까. 그 순간만큼 아이가 느끼고 볼 수 있는 아빠는 사랑의 하나님 아버지일 것이다.

조세핀 김 (미국 하버드대 교육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