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 공급에 빠진 대한민국] (4·끝) 새로운 경제시스템으로 국가혁신

입력 2014-07-24 03:22
한국경제가 직면한 공급과잉의 해법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인위적 구조조정을 통한 자원 재배분과 새로운 수요 창출이다. 이 가운데 인위적 구조조정은 노사 갈등 등 사회적 비용이 수반되는 만큼 수요 창출을 통한 수급 불균형 해소가 바람직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제조업은 대기업을 중심으로 해외로 공장을 이전하거나 수출 확대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서비스업은 국가 간 장벽이 높고 내수 역시 여러 규제로 수요 창출에 제약이 많다. 따라서 서비스업 분야의 공급과잉을 해소하고 내수시장을 살리기 위해서는 새로운 서비스업종 개발과 과감한 규제완화, 해외진출을 통한 시장 확대 등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우선 고용 흡수력이 높은 사업서비스 시장을 적극 확충함으로써 사무직이나 기술직에서 조기 퇴직한 중고령 퇴직자가 심각한 공급과잉 상태인 생계형 자영업으로 흘러들지 않도록 억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사업서비스란 기업경영 프로세스 중 일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사업지원 서비스, 정보처리 및 컴퓨터 운영관리 등을 의미한다. 실제로 사업서비스업은 높은 취업률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001∼2009년 전체 서비스업 취업률 증가세가 3.1%인 데 비해 같은 기간 사업서비스업 취업률 증가세는 11.1%에 달했다.

한국무역협회는 다음 달 ‘사업서비스 발전 3.0 전략’이라는 정책 제안을 정부에 전달할 방침이다. 디자인과 엔지니어링, 법률·회계·특허 등 고부가가치형 사업서비스를 수출 상품으로 키우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무협은 국내 서비스기업의 해외 진출을 돕기 위한 다양한 사업 구상을 건의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개인 및 사회의 복지 증진,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사회서비스업을 육성해 ‘레드오션’에 있는 생계형 자영업자의 전업을 유도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사회서비스업은 고용 없는 성장과 경기침체 속에서도 일자리 창출을 주도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1992∼2012년 사회서비스업의 연평균 취업자 증가율은 약 8.1%로 같은 기간 서비스업(3.0%) 평균을 훨씬 능가했다.

아울러 전업 후에도 안정적인 소득 확보가 가능하도록 사회서비스업의 부가가치 비중을 선진국 수준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현재 우리나라 사회서비스업의 전체 산업 대비 부가가치 비중은 4.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6.7%)보다 낮고 총 26개국 중 21위에 머물러 있다.

이에 따라 정부가 사회서비스 시장 형성을 주도하고 선도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사회서비스업에는 보건의료, 사회복지, 교육, 문화예술 관련 사업이 포함된다. 정부가 급속한 고령화 등 인구통계학적 변화에 따른 사회서비스업에 대한 미래 수요를 예측해 체계적인 수급계획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서비스 시장 형성을 위한 인프라 투자 확대와 법적·제도적 장치 정비도 필요하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실장은 23일 “음식업, 도소매업 등은 이미 과당경쟁으로 포화상태를 넘어선 상황”이라며 “기업의 핵심적 부분을 지원해주는 사업서비스 등 고부가가치 서비스업과 기업의 성장이 같이 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조업과 마찬가지로 서비스업도 해외 진출을 적극 모색하고 해외 수요를 국내로 끌어들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 창의적 역발상이 필요하다.

해양수산부 부산지방해양항만청에 근무하는 윤정수 사무관은 새로운 교육서비스로 외국 학생 유치사업의 성공사례를 소개했다. 윤 사무관은 3∼4개 가정과 네트워크를 형성해 미국 캐나다 일본 독일 프랑스 등에서 공부하러 온 학생들을 4년 이상 집에서 돌봐주고 있다. 윤 사무관은 “교육을 수출하는 나라가 모두 영어권 나라이니 우리나라는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경험을 통해 우리나라도 교육사업 수출이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윤 사무관은 외국 학생 유치사업이 우리나라의 달러 박스가 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 외국 학생 유치사업은 정부 주도로 외국의 중·고교생 10만명을 유치해 10만 가정에 맡기는 사업이다. 특히 경력단절여성이 전업주부로 있는 가정을 선정하면 고용창출 효과도 낼 수 있다. 어린 시절 한국에서 생활한 외국 학생은 평생 우리나라의 잠재적 고객이 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숙식을 제공할 10만 가구를 선발하고 그 가정에 매달 100만원씩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도 방법이다. 외국 학생을 위해 지급되는 보조금이지만 결국 한국에서 다 소비되기 때문에 내수 진작책이 될 수 있다. 아울러 외국 학생이 한국으로 오기 때문에 달러 수입도 예상된다.

내수 진작과 외국 관광객 증대까지 두 가지 목적을 달성할 수 있고 유학생 유치를 통해 우리 교육을 글로벌 수준으로 높일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최근 관광사업 진흥을 위해 한옥 게스트하우스 사업을 추진한 지방자치단체가 있는데 이런 사업도 교육과 접목시킨다면 훨씬 큰 효과가 기대된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