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회찬 사퇴로 野단일화 되지만… 원칙·감동 없었다

입력 2014-07-24 03:27
7·30 서울 동작을 보궐선거에 출마한 기동민 새정치민주연합 후보(오른쪽)와 노회찬 정의당 후보가 23일 야권후보 단일화 논의를 하기 위해 서울 동작구 한 커피숍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7·30 서울 동작을 보궐선거에서 새정치민주연합과 정의당이 야권연대를 사실상 성사시켰다. 당 대 당 차원의 논의가 아니라 정의당 노회찬 후보가 24일 사퇴하면서 새정치연합 기동민 후보 지지를 선언하는 방식이 유력하다. 그러나 선거를 불과 엿새 남기고 마지못해 이뤄진다는 점에서 '원칙과 감동이 없는 억지 단일화'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노 후보는 새정치연합과 기 후보를 가리켜 '콩가루 집안'이라고 비판했다. 새누리당은 "뻔한 묻지마 단일화"라고 강력 비난했다.

◇이상한 후보 간 단일화 논의=노 후보는 지난 22일 갑자기 '단일화 논의 불발 시 24일 후보직 사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23일 오후 서울 동작구 한 커피숍에서 기 후보와 만나 약 1시간 동안 협상했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노 후보와 기 후보는 전날 자정에도 긴급 회동했다. 노 후보는 여론조사, 기 후보는 담판을 통한 단일화를 주장하며 샅바싸움을 했다. 일정이 공개된 커피숍에서 협상이 진행됐고, 협상 한쪽이 이미 사퇴를 밝혔기 때문에 협상에 큰 의미가 없었다. 언론노출용 협상이라는 분석이다. 노 후보는 사퇴 여부와 관련해 사전에 당 지도부와 협의하지 않았다.

기 후보는 극심한 공천파동까지 거쳐 전략공천을 받은 만큼 스스로 양보할 생각이 없었다. 그는 오전 선관위 주최 TV토론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 후보의 제안은 깊은 고민의 산물"이라며 "당에서 책임 있게 판단해 달라"고 말했다. 정의당 심상정 원내대표도 새정치연합 안철수·김한길 공동대표를 향해 "양당 대표 회동으로 결론을 내자"고 촉구했다.

그러나 새정치연합은 "당 대 당 논의는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새정치연합 유기홍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이달 초 김 대표와 심 원내대표가 회동을 했었고, 김 대표가 당 대 당 야권연대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공개했다.

◇감동 없는 야권 단일화…파괴력은=기 후보가 제안한 '담판을 통한 단일화'는 2011년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여론조사에서 크게 앞서던 안 대표가 박원순 시장에게 전격 양보했던 방식이다. 보기 드문 아름다운 단일화라는 칭송을 받았다.

그러나 이번 단일화 과정은 유권자들에게 아름다운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CBS와 포커스컴퍼니가 지난 19∼20일 동작을 유권자 5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가상 양자대결에서 기 후보는 새누리당 나경원 후보에게 8.1% 포인트 졌다. 노 후보는 나 후보를 0.8% 포인트까지 따라 붙었다. 지지율에서는 기 후보가 노 후보를 이기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 압도하지 못한다.

노 후보가 완주하는 것에 대한 정치적 트라우마를 느꼈다는 해석도 나온다. 노 후보는 2010년 6월 서울시장 선거 때 완주했다가 당시 민주당 한명숙 후보가 0.6% 포인트 차로 석패하자 책임론에 휘말렸다. 노 후보가 동작을에 연고가 없다는 점도 사퇴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노 후보는 안 대표가 국회의원으로 있는 노원병이 원래 지역구다. 20대 총선에선 정의당이 노원병 양보를 주장할 가능성이 있다. 노 후보는 단일화 회동 전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기 후보는 중앙당에, 중앙당은 기 후보에게 단일화 책임을 미룬다며 새정치연합을 가리켜 '콩가루 집안'이라고 쏘아붙였다. 이어 진행자가 "콩가루 집안 소리를 듣고 새정치연합이 야권연대를 하겠느냐"고 묻자 "콩은 좋은 음식"이라는 황당한 답변을 하기도 했다.

엄기영 최승욱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