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 공석 49일째… 靑만 바라보는 KBS

입력 2014-07-24 03:54
지난 5월 30일 서울 중구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길환영 사장 퇴진과 박근혜 대통령 사죄 촉구’ 기자회견에 참석한 KBS 양대 노조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병주 기자
조대현 전 KBS미디어 사장
KBS의 사장 공석이 49일째 이어지고 있다. 유례없는 일이다.

KBS 이사회(이사장 이길영)가 지난 9일 조대현(61·사진) 전 KBS미디어 사장을 신임 사장 후보로 선정한 후 현재까지 대통령의 재가를 기다리고 있다. KBS 이사회는 당시 사장 공모 면접대상자 6명중 면접심사와 표결을 거쳐 조씨를 사장 후보자로 결정하고, 10일 박근혜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했다.

KBS는 길환영(60) 전 사장이 해임된 지난달 5일 이후 49일째 류현순(58) 부사장이 직무대행 형태로 사장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사회가 신임 사장 후보자를 결정한 지도 14일이 지났다.

‘청와대가 흡족할 만한 사장 후보자가 선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청와대 내부에서 검증을 세게 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또 청와대가 야당 성향으로 분류돼 온 조 사장 후보자에 부담감을 느끼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제20대 사장인 길 전 사장의 임명도 후보자로 지목된 후 14일 만이었던 점을 들며 통상적인 수순이라는 이야기도 있지만 청와대와 안전행정부는 제21대 KBS 사장 임명을 두고 최장 기간 재가를 하지 않는 기록을 세울 것으로 보인다. 제19대 김인규(64) 전 사장의 경우 이사회의 결정 4일 만에 사장으로 취임한 바 있다.

문제는 임명 주체인 청와대와 안전행정부가 규정을 위반하고 있다는 것이다. KBS 정관 제18조2항에 따르면 사장, 이사 등 기관 내 간부급 공석이 발생했을 때는 30일 이내에 후임자를 임명해야 한다. 이사회는 위 조항을 내세워 KBS 내부 구성원들과 야당 측 이사들이 주장했던 사장 임명에 대한 특별다수제, 사장추천위원회 등 개선안에 대해 불가 방침을 밝혔었다.

KBS 내부에서는 청와대의 재가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한 KBS 관계자는 “새로운 체제가 세워지지 않아 각종 내부 쇄신 개혁안이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며 “문제를 일으켰던 내부 간부들의 인사 발령 등도 진행된 바가 없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다음 주 박 대통령의 휴가가 예정돼 있기 때문에 이번 주 안으로 청와대가 재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사측은 지난 21일 길 전 사장의 해임을 두고 파업을 한 45명의 노조원과 비노조원을 대상으로 무더기 징계 절차에 들어갔다. 사측이 밝힌 이들의 인사위 회부 사유는 불법 파업과 각 직능협회 제작거부, 길 전 사장 출근저지 과정의 불법 행위, 보직사퇴 의사표시 후 직무 미수행 등이다. 언론노조 KBS 본부는 23일 “길 사장 해임 후 남겨진 간부들이 인사위를 여는 것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하고 절차상, 시기상으로 부적절한 행태”라며 “의도가 의심스러운 현 상황에 대해 강경 대처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