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얘기 싫죠? ‘공장’ 얘기 그만하자고요? 흠흠, 저는 ‘병원’ 얘기를 해보려고 합니다만. 제가 보기에 회사는 병원, 그것도 정신병원입니다. 그런 곳에서 다들 어떻게 미치지 않고 살고 계십니까?
“한번은 여직원이 결혼을 한다고 유급휴가 신청을 했습니다. 그런데 그 부서 부장이 신청을 받아줄 수 없으니 여름휴가에서 빼겠다고 했습니다. 여직원은 결혼을 하면 3일간 유급휴가가 인정되는 걸로 알고 있다고 반박했습니다. 부장의 답변인즉, ‘5년 전에도 신청을 한 걸로 알고 있는데요. 두 번째 결혼 아닌가요?’”
미친 거 아니냐고요? 그런 직장을 왜 다니느냐고요? 당장 때려치우라고 말하고 싶은가요? 제가 하는 얘기가 바로 그겁니다.
“6시에 정확히 퇴근을 하려면 이런 소리를 들어야 한다. ‘오늘 또 반나절 휴가야?’ 동료들끼리 서로 감시하는 비밀경찰이 된다. 사무실에 죽치고 앉아 집에 갈 생각을 안 하는 워커홀릭들이 전체 사무실 근로시간을 정한다. 아무도 일찍 가지 못하고 늦게 오지 못한다. 아무도 자기 리듬대로 살지 못한다. 모두가 공동체의 독재에 투항해야 한다.”
여러분의 퇴근 시간은 어떤가요? 에헤, 다 알면서 뭘 묻느냐고요? 알죠, 잘 알죠. 2012년 ‘나는 정신병원으로 출근한다’를 출간한 후에 직장인 독자들로부터 2000통이 넘는 이메일을 받았어요. 그들이 들려준 정신병원 체험담은 정말이지 상상 그 이상이었습니다. 중국 여자와 결혼한 직원을 산업스파이가 될 수 있다는 이유로 해고한 회사가 있더군요. 어떤 기업은 비판적인 직원을 쫓아내기 위해 여직원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위증을 요구하기도 했고요.
저는 그들이 전해준 직장 이야기들을 모아서 또 한 권의 책으로 펴냈어요. ‘미치거나 살아남거나’, 제목 죽이죠? 극단적인 사례들을 골라서 정리했는데 어찌된 일인지 다들 자기 회사 얘기라고, 자기 얘기라고 하네요. 거봐요, 회사는 정신병원이 맞다니까요.
어쨌든 제 책이 한국에서 계속 출간되는 걸 보니 그쪽도 상태도 만만치 않은가 봐요? 하긴 한국의 노동시간이나 기업문화는 세계적으로 악명이 높긴 하죠. 그런데 사실 독일에도 그런 기업이 많아요. 경비 절감한다며 청소 인력 줄였다가 그들보다 5배는 많은 임금을 받는 전문가들이 사무실 청소하느라 시간을 허비하고, 영업직에게 행정업무까지 떠맡으라고 해서 본사 오가느라 정작 영업현장에는 못 나가는 일이 벌어져요. 멍청한 짓이죠.
사내 ‘불평꾼’을 처리하기 위해 집단따돌림을 조장하고, 일만 생기면 수 천 만원을 쓰면서 기업자문을 받아요. 직원들에게 물어보면 될 텐데 왜 아무 것도 모르는 새파란 컨설턴트에게 자문을 받느냐고 물어보면 이런 대답이 돌아와요. “직원들은 기업을 생각하지 않아요. 자기 이익만 생각하지.”
경영진이나 보스들은 어쩌면 그렇게 하나같이 중증이신지. 윗사람 생각에 따라 손바닥 뒤집듯 자기 생각을 바꾸고, 직원들 얘기에는 귀를 틀어막아 버리죠. ‘번아웃(탈진)’이 될 때까지 직원들을 몰아치다가도 문제가 생기면 책임은 온전히 직원들 몫으로 돌려요. 회사의 운명이야 어찌되든 자기 출세 길만 열심히 달리는 경영자들도 부지기수고요. 정말 돌아버릴 거 같아요.
“리더의 인성은 다 어디로 가버렸는가? 생각하는 대로 말하고 말하는 대로 행동하는 확신에 찬 리더, 위에서 지시가 내려왔다 해도 한심한 짓은 한심한 짓이라고 부를 수 있는 솔직한 리더, 비판적인 부하를 아끼고 상사의 말에 반박하고 자신의 의견을 개진할 용기가 있는 비판적인 상사는 다 어디로 숨었는가? 다 어디로 가고 텅 빈 머리를 끄덕일 줄만 아는 무뇌아들만 남았는가?”
속이 다 시원하다고요? 어쩌면. 그런데 다 읽고 나면 회사 생활을 계속 해야 할지 꽤나 고민스러울걸요. 정신병원은 탈출하는 게 맞아요. 그러나 그러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죠. 나도 알아요. 그렇다면 문제는 이거에요. 어떻게 해야 미치지 않고 이 정신병원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회사의 약점을 웃음거리로 삼는 거다. 유머는 정서적 거리를 전제로 한다. 그리고 이런 거리는 상처를 막아준다.”
회사에 목매지 마세요. 회사 때문에 너무 상처받지 마세요. 그리고 회사 생활이 못 견디게 힘든 건 당신 혼자만이 아니에요. 당신 잘못도 아니고요. 그걸 알았으면 좋겠어요.
아참, 제 소개를 안했군요. 대기업 간부 출신으로 기업과 직장인을 상대로 커뮤니케이션과 커리어에 대한 상담을 해요. 물론 독일에선 꽤 잘 나가는 작가이기도 하죠. 부디 ‘미친 독서의 즐거움’을 누리시길.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
[책과 길] ‘정신병원’ 같은 회사… 안녕들 하십니까
입력 2014-07-25 0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