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100일] 제주 효돈교회 중·고등부, 배 타고 수련회 가던 날

입력 2014-07-24 02:36
제주 효돈교회 중·고등부 학생들이 지난 20일 씨스타크루즈호 안에서 활짝 웃고 있다. 제주 효돈교회 제공

“배가 가라앉으면 어떻게 하냐고요? 우린 다 손잡고 뛰어내릴 거예요. 어른들 말 들으면 안 돼요.”

지난 20일 오전 한껏 들뜬 학생들의 목소리가 요란한 엔진소리를 갈랐다. 이날 오후 4시30분 제주연안여객터미널을 출발해 목포로 향하는 씨스타크루즈호를 타고 제주 효돈교회 중·고등부 학생 18명이 수련회를 떠났다. 세월호 참사 100일을 나흘 앞둔 날이었다.

학생들은 서로 장난을 치며 즐거운 모습이었지만 세월호로 각인된 공포를 완전히 잊지는 못한 모습이었다. 인솔을 맡은 권오석(35) 전도사는 “학생들이 약간 두려워해서 농담도 많이 하고 기분을 풀어주려고 애를 쓰고 있다”고 말했다. 인솔자 현봉여(39·여)씨는 “방송을 들으며 창밖으로 바다를 내다보는데 ‘혹시 사고가 나면…’ 하는 생각이 계속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는다”고 말했다.

이때 현씨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학생 한 명이 전화를 받지 않자 걱정이 된 학부모가 현씨에게 걸어온 전화였다. 걱정하고 있을 학부모에게 최대한 빨리 학생 소식을 전하기 위해 선씨는 통신이 원활하지 않은 선내 이곳저곳을 옮겨 다니며 동분서주했다.

학생들의 생각은 어떨까. 이채현(14)양은 “만약 기다리라고 하면 무시하고 뛸 것”이라며 “어른 말을 들으면 안 된다”고 말하며 웃었다. 곁에서 이양의 이야기를 듣던 여학생들 사이에선 “같이 손잡고 뛰어내릴 거야” 등의 대화가 오갔다. 다른 학생들도 앞다퉈 “예전이라면 안내방송에 따랐겠지만 지금은 막 뛰어내려야 된다”고 강조했다.

고민혁(16)군은 “배를 타고 간다기에 조금 불안한 생각이 들었다”며 “부모님도 밖으로는 내색 안 하셨지만 속으로 걱정하셨다”고 털어놨다. 사고가 나면 누구를 가장 먼저 구해줄 거냐는 질문에 고은관(16)군이 “가장 못 뜰 것 같은 친구”라고 말하자 학생들은 “여자부터!”라고 외치며 장난스런 웃음을 터뜨렸다.

배가 목포로 향하는 동안 학생들은 세월호 100일에 대한 저마다의 생각을 나누기도 했다.

김효준(13)군은 “실종자를 모두 찾고 아픔이 가라앉을 때까지 우리 모두 세월호 사고를 잊으면 안 된다. 언론도 세월호 뉴스를 더 많이 보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모(14)양의 생각은 달랐다. 고양은 “세월호 참사 생각이 떠오르면 계속 고통스럽고 우울해진다. 가끔은 이제 그만해야 된다고 느낄 때가 있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배를 타고 간다는 소식을 들은 부모들은 걱정을 감추지 못했다. 인솔자 최양현(55) 장로는 “출발 전 학부모들이 일정표를 보내 달라고 요구하는 등 안전의식이 크게 높아졌다”며 “세월호 이전과 달리 신분증 검사도 여러 번 했고 이전보다 훨씬 번거로워졌다”고 말했다.

전수민 기자, 제주=양민철 기자 suminis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