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로 후유증을 겪고 있는 경기도 안산지역 목회자들이 생각하는 교회와 사회에 대한 바람은 비슷했다. 하루속히 진상규명과 재발방지책을 마련하고 겸손과 섬김으로 낮은 자의 편에 서야 한다는 것이다.
유재명 안산빛나교회 목사는 23일 “한국교회와 사회가 세월호 진상규명을 위한 서명에 동참해 달라”고 부탁했다. 유 목사는 “참사 이후 유가족들은 회복은커녕 더 큰 아픔에 빠져들고 있다”면서 “유가족의 요청은 진상규명과 특별법 제정인데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된 게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희생자 가족들은 마치 보상금과 의사자 지정 등을 요구한 것처럼 온갖 루머와 유언비어를 뒤집어쓴 채 고통당하고 있다”면서 “만약 교회가 서명에 동참하지 않고 정부 주장에 편승한다면 일반 시민이나 젊은이들에게 ‘교회=기득권 보호세력’쯤으로 인식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교회는 민초들의 상처 난 마음을 어루만져야 한다”면서 “민초를 잃은 교회, 민초들의 아픔을 외면한 교회는 기본을 상실한 것이다. 예수님이 말씀하신 소자 정신을 되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덕훈 안산영광교회 목사는 안산시민과 국민이 느끼고 있는 정신적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해선 교회와 사회가 냉철한 접근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 목사는 “참사가 발생한 지 100일이 됐지만 (유가족들은) 아직도 울화가 치밀어 오르고 잠을 잘 수 없을 정도로 감정 조절이 힘든 상황”이라며 “한국 사회에서 교회만큼 영향력 있는 네트워크를 가진 집단도 없다. 대한민국을 바꾸려면 감정적 방식에서 벗어나 냉철하게 논리적·학술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호림 안산서안교회 목사는 “유병언 시신이 발견된 후에도 정부에 대한 불신감이 강하게 드러나고 있다”면서 “불신감이 팽배해진 시대 속에서 교회가 사회에 신뢰감을 줄 수 있도록 헌신·희생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창 늘사랑교회 목사는 “수해나 참사 때 전국교회가 모금한 후원금을 지역 교회를 통해 나눈다면 지역주민들이 ‘기독교인들이 우리를 외면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갖게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구원파가 사용하는 기독교복음침례회라는 명칭 때문에 피해를 보고 있는 기독교한국침례회 소속 목회자들의 간절한 부탁도 있었다. 송임준 안산 성림침례교회 목사는 “교단 목회자들과 대화를 나눠보니 어떤 교회에선 ‘정통교단인 줄 알았는데 이단’이라며 떠난 성도가 있었다고 한다”면서 “구원파 때문에 가장 큰 피해를 본 교단이 침례교인데 한국교회가 구원파의 실체를 알리고 침례교단의 건강성을 적극 변호해 달라”고 당부했다.
안산=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
온갖 루머·유언비어에 고통… 세월호 유가족들 위해 진상규명·특별법 제정 동참을
입력 2014-07-24 0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