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국가를 제외하고는 무증상인 사람에게 암 검진을 시행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 더 이상 불필요한 검진을 막아야 한다.”(신상원 고대안암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 “암은 원래 예측 불가능하다는 것이 특징이다. 크기가 1㎝ 미만의 작은 갑상선암도 예후가 좋지 않거나 전이로 인해 어떤 양상을 보일지 예측할 방도가 없다.”(강호철 화순전남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보건복지부가 지난 21일 국립암센터에서 ‘갑상선암 검진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개최한 토론회에 참석한 임상교수들의 상반된 주장이다.
요즘 의료계가 갑상선암 과잉진단 논란으로 후끈 달아올랐다. 원격진료 시범사업, 메디텔 등 영리 목적의 부대사업 허용 문제 못잖게 열기가 뜨겁다. 복지부가 국가 암 검진사업에 한국인 암 발생률 1위로 올라선 갑상선암과 폐암을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고갈 위기의 건강보험재정을 걱정한 나머지 은근히 의료계의 장삿속 과잉진단 및 수술 문제를 부각시킨 게 도화선이 됐다.
중앙암등록본부의 국가암등록통계자료(2011년)를 보면 갑상선암은 주요 암 가운데 발생률 1위(18.6%)에 올라 있다. 최근 10여년간 연평균 23.7%씩 증가했다. 갑상선암이 이렇게 늘어난 이유는 식생활의 서구화나 발암물질 증가 등과 같은 식생활 및 환경요인 쪽보다는 초음파 검사 등 진단 기술의 발전으로 1㎝ 미만 크기라 손에 잡히지도 않는 무증상 혹까지 발견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라는 게 중론이다.
문제는 의사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는 점이다. 한쪽에선 무분별하게 초음파 검사가 이뤄져 국민의료비를 상승시킬 뿐 아니라 ‘암 같지도 않은 암’ 환자만 양산하고 있다고 지적하는 반면, 다른 쪽에선 암의 조기발견과 극복에 도움이 되고 있는데 무슨 소리냐고 반박한다.
양쪽 주장에 다 일리가 있어서 누가 맞고 틀리다 할 수 없으니 국민들로선 더 혼란스럽다. 평생 아무 일 없이 살다 죽은 이를 부검해 보니 갑상선암이 자라고 있더라는 이야기가 있을 만큼 진행이 느린 암이 분명하면 일단 지켜보며 놔둬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당장 검사비 및 수술비도 아낄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하지만 진행이 매우 빠른 데다 주위 장기 및 림프절로 쉽게 옮겨 붙는 것도 적지 않아 완전히 마음을 놓을 수 없는 게 갑상선암이기도 하다. 무증상 갑상선암이라도 선별검사가 필요하다는 주장은 이들을 조기에 발견, 적절한 치료를 통해 구하자는 것이다.
그렇다면 갑상선암 검진 권고안은 어떻게 만드는 게 좋을까. 현행 국가암검진 프로그램에서 유방암은 40세 이상, 자궁경부암은 30세 이상 여성들이 2년마다 검진을 받고, 위암과 간암은 남녀 모두 40세 이상, 대장암(대변검사)은 50세 이후 1∼2년 간격으로 검진을 받도록 돼 있다. 따라서 갑상선암도 호발 연령층과 고위험군을 조사해 40세부터로 하든, 50세부터로 하든 우리 실정에 맞게 수검 대상 및 시작 연령을 정해줘야 한다. 또 간 기능 이상자만 복부초음파 검사를 받도록 권하는 간암 검진과 같이 갑상선 호르몬 검사를 먼저 해본 뒤 이상이 있을 때 초음파 검사를 권하는 방법도 있다.
동남권원자력의학원은 최근 등록 암 환자 2897명을 대상으로 암 진단경로를 조사해보니 47.6%가 건강검진을 통해 암을 발견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몸에 이상 증상이 생긴 다음에 병원을 방문, 암에 걸렸음을 알게 된 환자는 43.6%, 원인을 알 수 없거나 우연히 발견한 경우는 각각 4.6%, 4.1%로 조사됐다. 남성은 위암(26.1%) 폐암(21.2%) 간암(11.9%) 순이었고 여성은 갑상선암(43.9%) 유방암(16.4%) 위암(11.1%) 순이었다.
암 환자 두 명 중 약 한 명은 어떤 이상도 느끼지 못하는 가운데 검진을 통해 암을 발견했고, 그중 갑상선암은 특히 여성에게 많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 역시 갑상선암 검진 권고안을 만들 때 고려해야 할 대목이라 생각한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내일을 열며-이기수] 갑상선암 검진, 어떻게 할까
입력 2014-07-24 0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