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항공 MH-17편 여객기 피격 사건의 충격이 채 가시지 않은 가운데 여객기가 격추된 곳에서 20㎞ 떨어진 우크라이나 동부 반군지역에서 2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정부군 전투기 2대가 피격돼 추락했다.
올렉시 드미트라시 우크라이나 국방부 대변인은 "수호이(Su-25) 전투기 2대가 이날 오후 1시30분쯤 격추됐다"고 말했다. 피격 지점은 샤크테르스키 지역 내 사브르 모길라 마을이라고 덧붙였다.
반군 관계자도 인테르팍스 통신에 "동부지역에서 2대의 우크라이나 공격기를 격추시켰다"며 "1대는 손상을 입고 북쪽 방향으로 날아가 추락한 것으로 보이며 두 번째 전투기는 곧바로 지상으로 떨어졌다"고 밝혔다. 또 다른 반군 관계자는 러시아 언론에 "전투기들이 휴대용 곡사로켓포에 맞아 추락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전투기들은 말레이시아 여객기 격추 사건 이후에도 이 지역에서 반군기지와 도로 등에 대한 공습을 계속해 왔다. 반군은 이전에도 우크라이나 정부군 전투기 12대를 격추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유럽연합(EU)이 MH-17편 여객기 피격과 관련해 러시아를 제재키로 했다. 하지만 제재 효과가 큰 '경제 제재'는 접근조차 못했고 사람 몇 명에 대해 입국 등의 제한을 두는 데 그쳤다.
프란스 팀머만스 네덜란드 외무장관은 22일 벨기에서 열린 EU 회원국 외무장관 회의 뒤 "EU는 우크라이나 내에서 러시아의 행동에 책임이 있는 러시아 관리들을 비자발급 중단과 자산동결 등 제재 대상에 추가키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회의에서 반군에 무기를 공급한 것으로 의심되는 러시아를 겨냥해 무기 금수 조치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지만 일부의 반대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회의에서 영국이 자본시장 접근 제한 등 경제 제재를 하자고 제안했지만 러시아와 경제 관계가 밀접한 프랑스와 독일 등은 부정적 입장을 나타냈다. 앞장서서 제재를 요구한 영국 역시 올해 러시아에 1억3000만 파운드(1820억원) 상당의 무기를 파는 등 대러 금수 조치에 있어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고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가 꼬집었다.
EU가 자중지란을 일으키는 사이 러시아의 역공은 계속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국가안보회의 기조연설을 통해 러시아의 결백을 주장하면서 "격추 현장에 대한 조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우크라이나 정부가 현지에서 공격을 중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러시아는 조사가 잘 되도록 영향력을 적극 행사하겠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 정보 당국자들은 여객기 격추가 반군의 실수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AP통신은 한 당국자가 "반군이 훈련을 부실하게 받은 탓에 무리하게 쏘다가 여객기에 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틀 뒤면 여객기 격추 당시의 정황이 어느 정도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영국 항공조사국(AAIB)은 23일 반군에게서 인계받은 블랙박스에 대한 데이터 해독 작업에 돌입했으며 2일 뒤 결과가 나온다고 밝혔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
[말레이 여객기 피격] 이번엔 우크라 정부군 전투기 2대 피격 추락
입력 2014-07-24 04: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