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사내유보금 과세’ 방안이 방향을 찾지 못하고 있다. 최 부총리의 정책에 대해 재계가 반발하고, 23일 첫 당정협의에서 여당이 어깃장을 놓으면서 당초 의도와 다르게 시행도 하기 전에 좌초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최 부총리는 22일 취임 후 처음으로 경제5단체장들과 만난 자리에서 기업들의 사내유보금에 과세하는 방안에 대해 기업들의 세 부담이 늘지 않도록 제도를 설계하겠다고 밝혔다. 사내유보금 과세에 대해 경제단체장들이 불만을 터트린 데 대한 설명이었다.
최 부총리는 이날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세금을 더 걷자는 게 아니라 기업의 성과를 배당, 임금 등을 통해 가계에 흘러가도록 하자는 것”이라며 “(배당·투자·임금과 관련한 세제 지원을 포함해) 기업들의 세 부담이 늘어나지 않도록 세제를 설계하겠다”고 말했다. 만약 사내유보금에 과세하더라도 임금과 배당을 늘리는 기업에 세제 지원을 해 전체적으로는 기업들의 부담이 늘어나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10대 대기업 주식의 50% 이상을 소유한 외국인은 물론 대주주 등을 위한 배당과 그렇지 않아도 고임금인 대기업 직원들의 임금 인상에 쓰인 돈을 세금으로 지원하겠다는 어처구니없는 발상을 드러낸 것이다.
도대체 최 부총리의 정책 의도는 뭐고 추진 의지는 있는지 묻고 싶다. 취임 전에는 사내유보금에 대해 ‘과세’ 입장을 분명히 하더니 취임 직후에는 ‘인센티브’를 강조한 데 이어 급기야 ‘세금 지원’ 구상까지 들고 나오니 어리둥절할 뿐이다. 내수를 살리는 방안으로 사내유보금을 활용하겠다는 방안 자체는 환영할 만하나 방법과 원칙이 오락가락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사내유보금 과세는 애초부터 반발이 예상된 무리한 정책이었다. 취임 후 첫 정책부터 흔들리고 있으니 최 부총리는 곤혹스러울 것이다. 그의 말대로 ‘지도에 없는 길’을 가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있을 것이다. 원칙을 지키면서 운영의 묘를 살릴 대안을 마련하든지 아니면 지금이라도 과감히 포기하고 법인세율 인상이나 최저임금 상승 등 정공법을 통해 기업에 쌓인 돈을 푸는 방안을 선택하는 것이 좋겠다. 혼선만 빚다가는 내수살리기에 도움은커녕 해가 된다는 것을 유념해야겠다.
[사설] 눈치 볼 거면 사내유보금 과세란 말을 말든가
입력 2014-07-24 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