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人災… 기관사 과실-신호 오류 조사

입력 2014-07-23 03:59
코레일 관계자들이 22일 강원도 태백시 상장동 태백역과 문곡역 사이 철길에서 충돌 사고로 파손된 관광열차와 무궁화호 여객열차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관광열차와 무궁화호 여객열차 2대가 충돌하는 사고는 철도안전 불감증이 빚은 또 하나의 인재로 지적되고 있다.

22일 경찰과 코레일 등에 따르면 기관사가 정지 지시를 지키지 않아 사고가 난 것으로 드러났다.

사고를 낸 관광열차는 당시 정거장에 정차하라는 지시를 무시하고 이를 지나쳤다. 허술한 철도시스템이 원인인지 기관사 실수인지 원인을 파악해야 하지만 허술한 안전관리 문제가 또다시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코레일 관계자는 “관광열차가 정거장을 지나쳐 사고가 발생했는데 운행 실수인지, 신호오류인지 여부 등을 확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천재지변 등에 의한 불가피한 사고가 아니라 어처구니없는 인재라는 데 심각성이 있다. 정부도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사고 직후인 오후 6시5분 중앙사고수습본부를 설치하고 서울과 인천에서 일하고 있던 안전감독관 5명과 사고 현장 인근에 있는 철도경찰을 사고 현장으로 급파했다. 국토부는 관심-주의-경계-심각으로 이어지는 4단계 위기대응 단계 가운데 가장 높은 ‘심각’을 발령하고 사고 대응에 나서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열차 간 충돌사고가 발생한 만큼 심각 단계에 준해서 대응하고 있다”며 “누구의 과실이나 실수로 사고가 발생했는지는 좀 더 파악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사고 현장인 태백시 상장동의 도심은 혼란스러웠다. 충돌 소음에 놀란 100여명의 승객은 사고 직후 열차를 빠져나와 철로 밖으로 몸을 피했다.

사고가 난 철길은 아파트 밀집 지역의 중심을 가로질러 놓여 있다. 때문에 소방서와 경찰서에는 충돌 소리를 듣고 놀란 지역 주민들의 신고가 빗발쳤다.

사고 장소 바로 앞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한 주민은 “가게 안에 있었는데 갑자기 ‘꽝’하는 소리가 나 밖에 나와 보니 수십명의 사람들이 철도 건널목 주위에 몰려있었다”면서 “주변 주택과 상가에 사는 사람들도 모두 충돌 소리를 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민 김모(41)씨는 “음식 배달을 위해 가게 문을 나섰는데 한쪽 기차가 2∼3초간 경적을 울렸고, 3초 정도 더 지난 뒤에 ‘꽝’하는 굉음이 들렸다”면서 “지역 주민들은 가스가 폭발한 줄 알고 모두 건물 밖으로 뛰쳐나왔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태백소방서 구조대장 김복수(50) 소방위는 “열차 안으로 진입했을 때 탈출을 못한 승객들이 많아 사다리를 설치하고 창문을 도끼로 깬 뒤 구조했다”고 말했다. 기차 의자는 충격으로 등판이 다 떨어져나간 상태였다. 피를 흘리거나 울면서 소리를 지르는 승객들도 많았다. 일부 승객은 물건 등을 이용해 유리창을 깨고 탈출했다. 관광열차 기관실은 뒤쪽에 있어 기관사가 다치지 않았으나 무궁화호 기관사는 부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춘천=서승진 기자 sjse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