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대선 조코 위도도 당선… 직선제 후 첫 정권교체

입력 2014-07-23 03:50 수정 2014-07-23 14:48
'조코위'라고 불리는 조코 위도도 투쟁민주당(PDIP) 후보가 인도네시아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이로써 1998년 독재자 수하르토가 축출된 뒤 민주주의 실험과 발전을 계속하고 있는 인도네시아는 2004년 대통령 직선제를 시행한 후 처음으로 정권교체를 이루게 됐다.

AP통신은 22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선거관리위원회 발표를 인용해 지난 9일 실시된 대선 개표 결과, 조코위 후보가 7099만7859표(득표율 53.15%)를 득표해 6257만6444표(득표율 46.85%)를 얻은 프라보워 수비안토 대인도네시아운동당(그린드라당) 후보를 6.3% 포인트 차이로 꺾었다고 보도했다. 투표율은 70.7%였다.

'조코위 체제'가 오는 10월 예정대로 출범하게 되면 인도네시아 역사상 첫 문민정부가 탄생하게 된다. 육군 대장 출신인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대통령은 직선제 도입 뒤 2번의 대선에서 승리했다. 관료주의 개혁과 현장밀착형·소통형 리더십을 내건 조코위 당선자는 수하르토 시대의 권위주의 정치와 무관한 첫 대통령이다. 인도네시아에 민주주의를 공고히 하고 정계에 변화와 세대교체를 불러올 것이란 기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상대 진영이 선거 결과에 불복하고 있어 민주적 정권교체가 순조롭게 이뤄지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군부 출신의 프라보워 후보는 선관위 공표 직전 대선 후보직을 사퇴한 뒤 불복을 선언했다. 그는 기자들과 만나 "대규모의 구조적, 조직적 부정이 있었다"며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했다. 선관위의 결과 발표를 2주 후로 연기해 줄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앞서 유도요노 대통령은 지난 20일 양측에 '책임 있는 선거 마무리와 결과 승복'을 촉구했지만 프라보워는 불복을 선택한 셈이다. 인도네시아에서는 한 번 등록한 대통령 후보가 후보직을 사퇴할 경우 500억 루피아(약 45억원)의 벌금 혹은 최대 징역 5년형이 선고될 수 있다. 치안 당국은 소요 사태를 막기 위해 경찰과 군인 수만명에게 경계태세를 내렸다. 인도네시아는 다양한 민족·종교·문화가 얽혀 있어 과거 수차례 정치·민족 관련 폭력사태가 발생했다. 이번에 두 세력이 충돌할 경우 극도의 혼란에 빠져들 가능성도 있다.

대선은 부정부패 척결과 개혁을 바라는 젊은층과 강력한 리더십과 안정을 바라는 노·장년층으로 분열돼 '개혁과 보수'의 대결로 치러졌다. 중앙 정계 경험이 없는 조코위 당선자는 부패하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지만, 행정 경력이 적어 "대통령으로 성공할지는 미지수"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특히 원내 1당인 PDIP가 단독정부를 구성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국민각성당 등 3개 정당과 연정을 꾸려 불안정한 정치적 입지를 극복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유동근 기자 dk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