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도덕·원칙의 ‘信 리더십’ 필요하다

입력 2014-07-23 03:39
내일이면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100일이지만 진상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어제는 세월호의 실제 소유주인 구원파 교주 유병언이 비참한 주검으로 발견되기도 했다. 세월이 흐를수록 무엇 하나 밝혀진 게 없고 온갖 의혹투성이만 남기고 있다. 저자도 서문에서 안타까움을 이렇게 적었다. “세월호 침몰만큼 온 국민이 슬퍼하고, 온 국민이 분노하고, 온 국민이 절망한 참사가 있었던가요. 세월호 참사는 처음부터 끝까지 리더십의 문제였습니다. 세월호라는 배의 침몰은 제 갈 길을 찾지 못하던 대한민국 리더십이 침몰한 순간이었으며, 우리 사회 리더십의 맨 얼굴을 모두에게 폭로한 절망과 안타까움의 순간이었습니다.”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한 대형교회의 담임목사가 쓴 책이 맞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거침없다. 전·현직 대통령과 정계 인사들의 리더십을 비판하는가 하면, 사회의 오랜 관습들을 냉정하게 파헤친다. 저자는 경기도 성남 분당구 미금일로 지구촌교회 담임목사다. 책 제목도 화끈하지만 ‘침몰하고 있는 한국 리더십을 위한 제언’이라고 부제를 달았을 정도로 잇단 참사 앞에서 어쩔 줄 몰라하는 무능한 리더십을 향해 저자는 가감 없이 쓴소리를 던진다.

“민주주의의 원칙을 강조하는 제왕적 대통령, 소비자와 함께하는 기업문화 창조를 주창하면서도 노동자와는 타협하지 않으려는 재벌의 황제들, 섬기는 종의 자세를 가져야 된다고 말하면서도 철저하게 신권 독재를 하고 있는 종교 지도자들, ‘카리스마는 가라!’라고 외치면서도 카리스마 리더 앞에서는 쩔쩔매는 많은 추종자들…. 과연 우리에게 진정한 리더십과 리더는 존재할 수 있는 것인가?”(45쪽)

저자는 우리 사회의 총체적 난국을 ‘한국적 카리스마’에서 찾는다. 지위나 타이틀에서 오는 힘, 철저한 계급과 서열의식 가운데 나타나는 권위의식이 대표적이다. 사람보다는 지위로 사람의 명암을 규정하는 한국인의 가치관도 문제다. 정부 조직이나 기업은 물론이고 교회도 평신도-집사-안수집사-장로-목사라는 서열에서 보듯 이런 ‘계급장 카리스마’는 결론적으로 무조건적인 충성과 복종만을 불러일으켰다.

그렇다면 어떤 리더여야 하는가. 인도 속담 ‘번연나무 아래는 자라는 것이 없다’를 빗대 써내려간 글귀가 인상적이다. “번연나무는 왕성한 가지와 큰 뿌리, 많은 잎들로 웅장하고 창대한 모습을 하고 있다. 완전히 자란 번연나무는 주위를 다 덮을 만큼 가지가 무성하여 새나 인간에게 그늘을 제공한다. 그러나 정작 나무 밑에서는 아무것도 자라지 못해 나무가 죽으면 모든 것이 끝나고 만다. 이에 반해 바나나나무는 여섯 달이 지난 후에 뿌리를 다른 곳에 내리고, 열두 달이 지나면 또 다른 곳에 뿌리를 내린다. 그래서 열여덟 달이 지나면 열매를 맺고 짐승들과 새들,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한다. 어떤 리더들은 번연나무와 같다. 한때 큰 영향을 주기도 하고 우뚝 선 장엄한 모습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 주위에는 아무것도 자라지 않는다. 아니, 어느 누구도 자라지 못하게 한다. 당신은 번연나무와 같은 리더인가, 바나나나무 같은 리더인가?”(80쪽)

이제 리더십은 변해야 한다. 두려움이 아닌 신뢰로, 권위가 아닌 도덕과 원칙을 중심으로, 지위의 권위가 아닌 전문성의 권위로, 표어로만 제창하는 죽은 비전이 아닌 팀 전체가 함께하는 살아 있는 비전으로 이끄는 리더가 필요하다. 저자는 처음부터 끝까지 주장한다. ‘신(新)리더십’은 곧 ‘신(信) 리더십’이다. 신뢰를 바탕으로 움켜쥐려 하기보단 내려놓을 줄 알고, 존경을 받지만 사랑할 줄 아는 리더다. 소통과 공감으로 비전을 사명이 되게 이끌며, 영성으로 소명이 되게 하는 리더다. 예수 그리스도 같은 리더다.

“예수님은 인류를 위해 십자가에서 자기 생명을 버리셨다. 자기희생이 없으면 신뢰할 수 없다. 리더가 아무리 훌륭하다 해도 사람들이 그를 신뢰하지 않는다면 따라가지 않는다. 십자가는 자기희생의 상징이지만 십자군은 기득권의 상징이다. 신(信) 카리스마 리더십은 자기희생을 통해 사람들의 신뢰를 얻고, 마음을 얻는다.”(208쪽) 리더가 되고자 한다면 예수님의 리더십을 잊지 말아야 한다.

노희경 기자 hk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