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과잉에 따른 기업 퇴출과 구조조정은 이미 시작됐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해 강덕수 전 회장의 샐러리맨 신화와 함께 막을 내린 SXT그룹이다. 강 회장은 세계 조선 경기가 활황이던 2006년 중국 다롄에 조선소 건설을 결정하고 2조원 이상을 투자했다. 해운 계열사인 STX팬오션을 통해서는 선박을 잇따라 사들였다.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설비를 늘렸으나 2008년 세계 금융위기가 불거지면서 결과적으로 과잉 설비가 돼버렸다.
국내의 다른 중소 조선사도 최근 수년간 줄어든 일감으로 구조조정 중이다. 대한조선은 2009년부터 채권단 공동관리(워크아웃)를 받아오다 지난 2일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성동조선, 대선조선, SPP조선, STX조선해양 등은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맺고 경영정상화를 위해 애쓰고 있다.
철강업계는 공급과잉 여파가 더 심각하다. 조선업계 빅3(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는 지난해까지 비교적 안정적 실적을 기록했으나 철강업계는 비교적 규모가 큰 기업도 흔들리고 있다. 동부제철은 지난해 215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차입금 증가에 따른 이자 비용으로 1418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인천공장을 매물로 내놨지만 포스코가 인수를 거부하면서 지난 7일부터 자율협약을 개시한 상태다. 동국제강도 연결기준으로 2012년 2351억원, 2013년 1184억원의 적자를 냈다. 포스코마저 광양 액화천연가스(LNG) 터미널 지분 일부를 매각하는 등 사업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주택공급 과잉으로 신음하고 있는 건설업계도 구조조정 위기감이 최고조에 이르렀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금융권에서 빌린 돈이 500억원 이상인 대기업 34곳을 올해 구조조정 대상으로 선정했는데, 이 가운데 21곳이 건설사였다. 지난 4월 벽산건설에 이어 최근에는 성원건설이 파산 절차를 밟고 있다.
해운업계는 채권단의 압박 속에 비교적 빠른 속도로 사업 정리를 하고 있다. 현대상선은 LNG 운송사업권을 매각했고, 한진해운도 벌크 전용선 사업부를 팔았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
[과잉 공급에 빠진 대한민국 (3)] 기업들은… 퇴출·구조조정 이미 시작됐다
입력 2014-07-23 02: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