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 사망과 관련, "외견상 타살 혐의가 없다"고 밝혔지만 의혹은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다.
유씨가 오랜 도피생활에 지쳐 자포자기한 상태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거나 건강이 급속도로 악화돼 자연사했을 가능성이 일단 높아 보이지만 타살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우형호 전남 순천경찰서장은 22일 순천경찰서 회의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일차적으로 외견상 타살 혐의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은 유씨가 발견 당시 반듯이 하늘을 보고 누운 상태였고, 주변에 반항 흔적이나 타살에 의한 심한 상처 등이 관찰되지 않았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유씨가 고령이고 고혈압과 당뇨 등 지병을 앓고 있었던 점으로 미뤄 지난 5월 25일 송치재에서 검·경에 쫓기다 체력이 고갈됐고 비까지 맞으며 저체온증으로 숨졌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경찰은 시신 옆에서 발견된 빈 소주병 2개와 빈 막걸리병 1개에 주목하고 있다. 평소 술을 마시지 않던 유씨가 도주로 인한 스트레스로 술을 입에 댔고 이 때문에 당뇨병 환자인 유씨가 저혈당 쇼크를 일으켜 숨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송치재 별장에서 도주하면서 일행과 흩어져 숲 속에서 노숙하다 건강이 급격히 악화돼 자연사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검·경의 포위망이 좁혀오면서 벼랑 끝으로 몰린 유씨가 독극물을 마시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가능성도 있다. 유씨의 시신을 처음 부검했던 이영직 순천 성가롤로병원 부검의는 "부검 당시 내부 장기까지 소실되는 등 80%가량 부패가 진행돼 구체적인 사인을 밝히지 못했다"며 "독극물 검사도 진행했지만 특이점이 발견되지 않아 '무소견부검' 처리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타살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정황들도 적지 않다. 유씨는 수억원 이상의 도피자금을 현금으로 소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발견 당시 시신에서는 1만원권 지폐 한 장 발견되지 않았다.
유씨의 도피를 돕던 조력자들이 검·경의 포위망이 좁혀 오면서 막다른 골목으로 몰리자 돈을 노리고 유씨를 살해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유씨는 신발을 벗어 발밑에 가지런히 놓아두고 벙거지 모자를 쓴 채 반듯하게 누워 배 위에 두 손을 올린 채로 발견됐다. 이는 통상적인 자살자의 모습이 아니라는 게 수사전문가의 견해다. 이미 다른 장소에서 누군가에게 살해돼 이곳에 버려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구원파 교주로서 마지막 순간에 유서 한 장 없이 초라한 죽음을 택했다는 것도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구원파의 본산인 경기도 안성 소재 금수원은 겉으로 보기엔 평온해 보였으나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이태종 기독교복음침례회 평신도복음선교회 임시 대변인은 "유병언 전 회장의 시신으로 추정되는 시신이 발견됐다고 하는데 지금으로서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 대변인은 "발견된 시신 주변에 술병이 있었다는데 유 전 회장은 절대 술을 마시지 않는다. 2주 만에 시체가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됐다는 점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2시45분쯤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한 남성 신도는 취재진에게 "의혹이 많아서 일단 기다려 보기로 했다. 금수원은 오는 26일 예정된 수련회는 물론이고 평소대로 모든 일정을 진행한다"고 말했다.순천=김영균 기자
안성=강희청 기자 ykk222@kmib.co.kr
[유병언 시신 확인] 거액 도피자금 어디가고… 유서 한장 남기지 않고…
입력 2014-07-23 03:41 수정 2014-07-23 14: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