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인사이드-복더위에 치르는 재보선] 법에 따라 정해진 날짜지만 후보자도 유권자도 고생

입력 2014-07-23 02:39
7·30재보선에 출마한 여야 후보들이 땀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30도를 웃도는 찜통더위 속에 유권자들을 이곳저곳 찾아다니다 보면 땀이 비 오듯 흐른다. 날이 더우니 유권자들은 실내 어딘가로 꼭꼭 숨는다. 여름휴가를 떠난 사람도 많다. 실제로 유세 현장에 가보면 유권자보다 선거운동원과 교통경찰이 더 많이 보인다고 한다.

경기도 보궐선거에 출마한 한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는 22일 국민일보 기자에게 “여름휴가 절정기에 선거 날짜가 잡히면서 후보자도 유권자도 모두 고생”이라며 “도대체 누가 이런 선거 일정을 잡은 것이냐”고 툴툴거렸다. 새정치연합에서는 젊은층이 대거 휴가를 떠나 투표율이 30%를 넘기지 못하면서 수도권에서 참패할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누가 왜 중복(中伏)과 말복(末伏) 사이에 재보선을 잡았을까. 직접적인 용의자는 공직선거법이다. 공직선거법 203조에는 ‘지방선거 50일 후 첫 번째 수요일에 보궐선거를 실시한다’고 돼 있다. 6·4지방선거를 치렀으니 규정대로 하면 이달 30일이 맞다. 국회가 선거법을 개정해 일정을 바꿀 수 있었지만 그렇지 못했다.

새누리당 최경환 전 원내대표는 지난 1월 정개특위를 열어 6·4지방선거와 7월 재보선을 합치자고 했다. 그러자 새정치연합 전병헌 전 원내대표는 7월 재보선과 10월 재보선을 합치자고 역제안했다. 결국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지방선거에 재보선을 묶어 정권심판론을 최소화하려는 여당과 재보선 판을 최대한 키우려 한 야당의 노림수가 달랐다. 당시 상황을 잘 아는 새정치연합의 한 의원은 “당 지도부가 더 이상 논의하기를 원치 않았다”며 “그래서 여야 공식 협상테이블에 오르지 않았다”고 귀띔했다. 선거 일정을 치밀하게 고민하는 분위기도 아니었다고 한다.

새정치연합 지도부는 ‘지방선거→7월 재보선→10월 재보선’으로 거치는 3연전을 통해 현 정권을 ‘삼진 아웃’시킨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웠을 수도 있다. 그러나 야당은 지방선거에서 간신히 비겼고, 15곳이 치러지는 7월 재보선은 ‘5+α’가 목표다. 선거가 다가올수록 특히 수도권에서 경합지역이 늘면서 새누리당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어 지도부가 총출동하는 등 진땀을 흘리고 있다.

여야는 “저조한 투표율로 인해 민주주의의 근간이 흔들린다”며 6·4지방선거와 지난해 재보선에서 사전투표제를 도입했다. 이에 비해 미니총선급 재보선을 여름 휴가철에 치르는 것은 승패를 떠나 우리 정치의 후진성을 드러낸 예라는 비판이다.

엄기영 임성수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