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대한상공회의소 지하 2층 중회의실로 노타이 차림의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들어섰다. 경제 5단체(전국경제인연합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무역협회 한국경영자총협회 중소기업중앙회) 수장들과 만나는 자리다. 취임 이후 숨 가쁘게 현장을 누빈 최 부총리의 네 번째 대외일정이다. 그동안 성남인력시장과 남동공단 중소기업 방문, 한국은행 총재와의 조찬 회동이 이뤄졌다.
기업 사내유보금 과세를 놓고 미묘한 갈등 관계를 형성한 정부와 재계이지만 이날 만남은 달랐다. 최 부총리는 기업인 누구나 자신에게 직접 애로사항을 제기할 수 있는 ‘핫라인’ 구축을 약속했다. 사내유보금 과세도 기업의 세 부담이 한 푼도 늘지 않는 방향으로 제도를 설계하겠다고 강조했다. 사내유보금을 투자, 배당, 임금인상 등에 쓰면 세 부담이 ‘0’이 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일렬로 기념촬영을 마친 최 부총리와 경제 5단체장은 둥근 테이블에 둘러앉았다. 최 부총리는 “빨리 뵙고 싶어서 급하게 요청했다”며 말을 꺼냈다. 그는 “기업은 도전적 투자를 주저하고 있고 가계는 소득과 일자리가 늘지 않는다”며 경제심리 위축이 실물경제 위축으로 이어지는 상황을 우려했다.
이어 ‘기업의 동참’ ‘기업가 정신’을 강하게 요청했다. 최 부총리는 “가계소득 악화,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해 민생을 안정시키려면 재계의 동참이 중요하다. 왕성한 기업가 정신으로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나서 달라”고 강조했다.
재계는 한목소리로 우리 경제의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걱정했다. 과감하게 규제를 개혁해 달라고 입을 모았다. 사내유보금 과세에 대한 우려도 드러냈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우리 경제가 재도약하느냐 쇠락하느냐의 골든타임이 2년밖에 남지 않았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며 “적극적인 금리 정책과 부동산 정상화 대책을 펴나가도 좋을 시기”라고 말했다. 박 회장은 “사전규제를 가급적 없애고 사후규제 위주로 바꿔 창업이나 신사업 등 일을 벌이기 굉장히 쉽도록 바꿔 달라”고 부탁했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은 “사내유보금 과세는 정책적 필요성에 비해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 조금 더 폭넓은 논의를 거쳐 신중하게 판단해 달라”고 제안했다.
한덕수 무역협회장은 “엔화 절하가 계속되고 있고 원화는 절상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우려했다.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중소기업의 현장 의견을 들어주고 정기적 소통도 한다면 중소기업, 소상공인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배 경총 회장 직무대행은 “우리 기업이 외부에 눈을 돌리지 않고 국내 투자를 활성화할 수 있는 분위기가 근로자에게도 좋고 내수 진작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임금 안정에 신경 써줄 것을 요청했다. 간담회에서는 재계가 반발해온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에 관한 논의도 이뤄졌다. 정은보 기재부 차관보는 “내년 1월부터 시행되는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가 기업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경제계와 적극 협력하기로 했다”며 “관계 부처와 협의해 최대한 이른 시일 안에 결론을 낼 것”이라고 밝혔다.
김찬희 기자, 세종=이용상 기자 chkim@kmib.co.kr
최경환 “사내유보금 과세 최소화” 경제5단체장 “경제 살릴 골든타임 2년뿐”
입력 2014-07-23 0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