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 시신 확인] 스쿠알렌 빈병·육포… 점퍼는 1000만원대 명품

입력 2014-07-23 03:31 수정 2014-07-23 16:18
지난달 12일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시신이 발견된 전남 순천시 서면의 한 매실밭에서 수습된 유 전 회장의 것으로 추정되는 유류품들. 순천경찰서는 22일 브리핑에서 유류품들의 사진을 공개했다. ①은 ㈜한국제약이 생산한 길이 8.5㎝가량의 'ASA 스쿠알렌' 빈병.
②는 유씨의 자서전 제목인 '꿈같은 사랑'이라는 글자가 새겨진 가방.
③은 검정색 겨울점퍼 주머니에서 발견된 육포 2봉지.
④는 점퍼 주머니에서 발견된 접혀진 비료포대. 연합뉴스
지난달 12일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시신이 발견된 전남 순천의 한 매실밭에서는 당시 변사체가 유씨임을 짐작케 하는 각종 유류품이 발견됐다. 이 중에는 1000만원을 웃도는 고가의 명품도 포함돼 있었다.

22일 경찰에 따르면 유씨의 시신 발견 현장에서 ㈜한국제약이 생산한 길이 8.5㎝가량의 'ASA 스쿠알렌' 빈병 1개와 '꿈같은 사랑' '글소리'라는 글자가 새겨진 천 가방이 발견됐다. 한국제약은 유씨가 이끄는 기독교복음침례회(일명 구원파) 계열사이며, '꿈같은 사랑'은 유씨가 쓴 자서전이자 설교집으로도 사용되는 구원파 대표서적의 제목이다. 경찰은 유류품들이 유씨의 지문 및 DNA에 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분석과 함께 변사체가 유씨라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유력한 증거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스쿠알렌의 경우 유씨가 평소에 복용하던 건강식품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시신을 발견한 농부 박모(77)씨가 "허름한 행색으로 봐서 노숙인 같다"고 신고한 것과 달리 유씨가 입고 있던 옷은 초고가 제품이었다. 검정색 겨울점퍼는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로로피아나' 제품으로 조사됐다. 로로피아나 점퍼 가격은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1000만원을 웃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유씨가 신고 있던 신발도 '와시바(waschbar)'라는 명품 브랜드라고 밝혔다. 이에 일본 유명 디자이너 요지 야마모토가 운동용품 업체 아디다스와 함께 만든 'Y-3' 브랜드 제품 '와시바'로 추정됐지만 발견된 신발은 이 브랜드 제품과 모양이 다르다. 이 때문에 독일어로 '세탁 가능한'이란 뜻의 제품 사용법 문구인 'washbar'를 잘못 해석한 것이란 지적이 나왔다.

반면 유씨의 것으로 생각하기 어려운 소지품도 있었다. 천 가방 안에서는 B사 제품의 빈 소주병 2개와 순천에서 제조된 빈 막걸리병도 1개 발견됐다. 소주병 하나는 2003년 2월 출시됐고, 현재는 생산이 중단된 제품이다. 유씨는 평소 술을 마시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씨 시신 옆에 왜 빈 술병들이 발견됐는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도피생활의 스트레스 때문에 술을 마셨다거나 물병 대신 사용했다는 의견도 있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 점퍼 주머니에서는 육포 2봉지와 콩 20개도 발견됐다. 지난 5월 25일 검·경이 순천 송치재 인근 은신처인 별장 '숲속의 추억'을 급습하기 직전 도주한 유씨가 비상식량으로 가지고 다녔던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이 밖에도 직사각형 모양의 파란색 돋보기와 가지런히 접힌 유기농 비료포대도 같이 발견됐다.

백상진 기자, 순천=황인호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