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형 사립고(자사고) 존폐를 둘러싼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6·4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진보교육감들이 자사고 대수술을 예고한 가운데 경기도교육청이 자사고인 안산동산고에 대해 첫 지정취소 의견을 교육부에 보고했다. 서울시내 25개 자사고 교장들은 21일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교육청이 불공정한 평가지표를 갖고 자사고 지정 취소를 강행한다면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행정소송 등 법적 공동대응을 불사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이에 맞서 교육시민단체들로 구성된 ‘특권학교 폐지 일반학교 살리기 서울공동대책위원회’는 “자사고 운영 5년 만에 교육생태계가 끔찍하게 망가졌다”며 자사고 폐지를 촉구했다.
자사고는 이명박정부의 ‘고교 다양화 300프로젝트’에 따라 2009년 도입됐다. 교육과정을 다양화·특성화해 학생 개개인의 개성·잠재능력을 함양하고 학생의 학교 선택권을 확대하겠다는 취지다. 자사고는 사립학교 재정결함보조금을 안 받으니 이 돈을 일반고에 투자해 공교육 질을 높이겠다는 장밋빛 그림도 있었다.
문제는 자사고가 당초 취지와 달리 국어 영어 수학 중심의 입시명문학교로 변질되고 공교육은 황폐화됐다는 점이다. 자사고는 연간 600만원을 넘는, 일반고의 세 배에 달하는 등록금으로 서민들은 엄두도 못 내는 귀족학교가 돼 버렸다. 부의 불평등이 교육 불평등으로 고착화돼 자라나는 미래 세대에 ‘희망의 사다리’를 끊어버린 것은 심각한 문제다. 과학고 외국어고 등 특수목적고에 이어 자사고까지 생기면서 고교서열화를 부추기고 사교육비 부담이 늘어나는 등 폐해도 크다.
자사고 정책은 실패한 것으로 판명 난 만큼 지금이라도 바로잡는 게 순리다. 현행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라 시·도교육감은 5년마다 자사고를 평가해 지정취소 여부를 결정한다. 전국 49개 자사고 중 올해 지정 5년 차를 맞은 서울지역 14개교를 포함, 25개교에 대한 평가가 진행 중이다. 시·도교육청 평가결과 취지에 어긋나게 운영돼 온 자사고는 지정을 취소하는 게 맞다.
‘떼법’으로 교육 당국에 압력을 행사하려는 기득권 계층의 집단이기주의는 볼썽사납다. 그렇다고 기득권 집단의 반발에 밀려 교육정책을 손바닥 뒤집듯 번복하거나 편법을 써서도 안 될 일이다. 교육부는 지난해에도 자사고 폐지 여론이 높자 학생 선발을 성적제한 없는 추첨방식으로 바꾸려다가 자사고 학부모들이 반발하는 바람에 성적제한 없이 1.5배수를 추첨한 뒤 면접을 거쳐 선발하는 방식으로 무릎을 꿇었다.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은 자사고 재학생과 당장 고교 입시를 앞둔 중학교 3학년생들의 혼란을 최소화할 방안을 찾기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
[사설] 자사고는 당초 취지대로 운영돼야
입력 2014-07-23 02: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