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부패척결 칼날… 후진타오 겨냥하나

입력 2014-07-23 02:20
중국의 반부패 사정 칼날이 후진타오(胡錦濤) 전 중국 국가주석의 심복으로 불리는 링지화 전국정협 부주석 겸 통일전선공작부장을 향하고 있다. 그의 친형이 부패 혐의로 낙마한 데 이어 이번에는 매형이 부패 혐의로 조사받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링 부주석 낙마는 시간문제라는 분석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2일 소식통을 인용해 왕젠캉 산시성 윈청시 부시장이 10일 이상 구금돼 부패 관련 조사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왕 부시장은 지난달 26일 물 관리 사업을 논의하는 회의에 참석한 뒤 공개 석상에서 모습을 감춘 상태다. 왕 부시장의 부인이자 링 부주석의 누나인 링팡전 역시 구금돼 있다고 SCMP는 전했다. 앞서 지난달 링 부주석의 친형 링정처 전 산시성 정협 부주석을 ‘엄중한 기율 위반’ 혐의로 조사 중이라는 당국의 공식 발표가 있었다. 정치분석가 장리판은 SCMP에 “중국에서 고위 인사를 조사하겠다고 작심했을 때 주변 인물들을 먼저 정리하는 게 일반적인 절차”라며 “링 부주석에 대한 조사도 이미 착수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링 부주석은 후진타오 정부 시절 비서실장 격인 당 중앙판공청 주임을 지냈다. 후 전 주석의 지원을 받아 2012년 11월 공산당 18차 전국대표대회 당시 정치국 상무위원에 오를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지만 무산됐다. 대신 전국정협 부주석 자리만 돌아갔다. 링 부주석은 아들 링구가 음주 상태로 베이징 시내에서 여대생 2명을 태우고 페라리를 몰고 가다 사망하는 등 각종 추문으로 곤욕을 치렀다. 링 부주석은 당시 저우융캉 전 정치국 상무위원 겸 정법위 서기에게 아들의 사고 사실을 은폐해달라고 부탁했다는 소문도 있었다.

링 부주석은 산시성 출신으로 산시방(山西幇·산시성 출신 관료와 재계인사)의 우두머리다. 올 들어 산시방 측근들이 잇따라 각종 비리로 조사를 받으면서 궁지에 몰려 있는 상태다. 중화권 매체 사이에서는 링 부주석의 산시방이 무기징역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보시라이 전 충칭시 당서기 세력 및 저우융캉 전 서기 세력과 연대를 모색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